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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별 현재와 미래의 고민이 드래프트 픽에 드러났다.
1라운드 2순위 지명권을 가진 삼성은 마이너리그 출신 내야수 이학주를 1번으로 지명했고, 신일고 포수 김도환, 충암고 내야수 양우현, 제물포고 포수 이병헌을 포함해 4라운드까지 전부 야수다. 한화도 마찬가지다. 삼성에 이어 1라운드 3순위 지명권을 가진 한화는 경남고 내야수 노시환을 지명했고, 2번으로 광주일고 내야수 유장혁을 뽑았다. 삼성이 지명한 10명 가운데 투수가 4명, 내야수가 3명, 포수가 2명이고 외야수는 1명이다. 한화는 10명 중 4명이 내야수고 5명이 투수, 1명이 포수다.
한화와 삼성은 자연스러운 내야 세대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주전 1루수가 외국인 선수(다린 러프)고, 3루수 이원석, 유격수 김상수, 2루수 손주인이 맡고있다. 특히 김상수가 올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인데다 1,2루에도 변수가 많아 추가 자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도 마찬가지다. 1루수 김태균을 포함해 정근우, 송광민 등 유격수 하주석을 뺀 내야 전 포지션 주전들이 30대 중후반이다. 때문에 이날 드래프트의 테마를 '내야 젊은 피 수혈'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중 리그 1위 두산의 드래프트 픽 내용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투수 7명에 포수와 외야수, 내야수를 1명씩 택했지만, 이 가운데 2차 2번인 서울고 포수 송승환은 사실상 투수 자원이다. 고교 2학년 때까지 투수가 주 포지션이었고, 두산도 향후 투수로 키울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 그래서 사실상 두산은 10개 구단 중 최다인 8명의 투수를 지명했다고 분류해야 한다.
두산은 올 시즌 1위를 질주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투수진 세대 교체를 진행해왔다. 현재 1군 명단에서 30대 베테랑 투수는 김승회 이현승 장원준 유희관 정도다. 마무리 함덕주를 비롯해 이영하 박치국 등 20대 초반 젊은 투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야수진 뎁스가 워낙 두터운 덕분에 투수 리빌딩을 하면서도 성적을 낸다. 이런 구단의 일관적인 운영 방안이 이번 드래프트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수진을 보강하는 게 팀 전력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길이라는 확신이 담겨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