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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의 일구일언(一球一言)] 씁쓸한 오지환 논란, 도 넘은 인신 공격은 그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9-02 09:41


30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한국 황재균의 좌중월 솔로홈런 때 덕아웃의 박민우와 오지환이 환호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30/

도 넘은 인신 공격은 이제 그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린다. 야구 대표팀은 1일 열린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3대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병역 면제 논란 때문이다. 그 중심에 오지환(LG 트윈스)이 있었다. 오지환이 아시안게임을 이용해 병역 의무를 기피했다며, 엄청난 비난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오지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많다. 먼저, 병역 기피라고 할 수 없다. 오지환은 지난해 입대해서도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는 상무에 지원하려 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도전하겠다며 본인이 어려운 선택을 했다. 만약,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못따거나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면 오지환은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했다. 프로 선수가 2년 동안 제대로 된 훈련과 경기를 하지 못한다면 실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오지환은 상무 입대라는 특혜 아닌 특혜를 버리고 모험을 선택한 것이다.

만약, 오지환이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 선동열 감독에게 뇌물을 줬다거나, 금메달을 못따고 군에 가지 않기 위한 수를 썼다면 병역 기피로 비난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지환의 선택에는 문제가 없었다. 어떤 편법도 없었다. 욕을 하려면 오지환이 아닌, 오지환을 뽑은 대표팀 코칭스태프를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야 한다.

또, 자신에게만 쏟아지는 비난도 아팠을 것이다. 이번 야구 대표팀에는 총 9명의 선수가 병역 혜택을 받았다. 함께 혜택을 받은 박해민(삼성 라이온즈)도 오지환과 처지가 비슷했지만, 오지환에게 상대적으로 가려진 측면이 있었다. 오지환은 병무청 주요 인사가 돼 올해 초 스프링캠프도 가지 못했다. 입대 마지노선의 나이라 출국이 금지된 것. 하지만 박해민은 삼성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심지어 박해민은 빠른 90년생으로 오지환보다 1년 먼저 학교를 다녔다.

왜 오지환에게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걸까. 2년 전 경찰 입대를 시도했으나, 팔뚝 문신으로 입대하지 못하는 일로 화제가 됐었다. 이 때문에 병역 기피 이미지가 심어졌다. 또, 캐릭터가 확실했다. 신인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했고 인기팀 LG의 스타로 자랐지만 클러치 실책을 자주 범하고, 거친 플레이를 하는 등 약간은 '밉상' 이미지가 박혀있었다. 여기에 대표팀에서 주전이 아닌 백업 역할을 하니 더 안좋게 보여질 수밖에 없었다. 6월 대표팀 선발 당시에는 성적이 괜찮았으나, 이후 개인 성적까지 떨어져 상황이 악화됐다.

그러나 오지환이 '병역 기피' 죄목으로 비난을 받을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대표팀도 코칭스태프가 뽑아줘 합류한 거였고, 주전 아닌 백업 역할도 본인이 원한 게 아니었다. 한 번 잘못 찍히면, 무슨 사단이 날 때까지 사람을 헐뜯는 '댓글 여론'의 희생양이 된 느낌이다. 한 야구인은 "금메달을 따도, 못따도 오지환이 앞으로 정상적으로 야구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남성들은 군에 입대해 약 2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병역 의무를 해결하려 한 오지환의 행동이 밉게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권리로, 합법적으로 해결했다면 이제 도 넘은 인신 공격은 멈춰야 한다. 비난을 하려면 선수가 이런 선택을 하게 한 제도를 탓하는 게 맞다. 복권 당첨식의 스포츠 선수 병역 혜택 제도는 무조건 개선돼야 하는 게 맞지만, 특정 선수가 모든 죄를 뒤집어 쓰는 이 상황도 분명 문제가 있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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