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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넌트레이스 도중 무려 보름이 넘는 휴식일이 주어진다. 휴식기 이후에 어느 팀이, 어떻게 달라져있을지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각 팀들이 휴식기 직전 레이스를 승부처로 보는 이유다.
오는 8월 17일부터 9월 3일까지 KBO리그가 중단된다. 100%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 대표팀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참가로 인해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감독들은 휴식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승수를 벌어놔야 한다고 보고있다. 리그 재개 이후에도 예상보다 밋밋하게 순위 싸움이 흘러갈 수도 있지만, 감독이라는 자리는 늘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을 하기 때문이다. 18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변수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경쟁팀들이 투수진을 재정비하고 훨씬 위협적인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순위 싸움에 대한 부담감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몇주째 폭염으로 선수들이 무더위에 지친 와중에, 오는 4일부터는 2연전 체제가 시작된다. 이동 거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선수들의 체력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기장을 기준으로 8월 2연전 기간 이동 거리를 계산해봤을 때 팀별 편차는 무척 컸다. 가장 이동 거리가 긴 팀은 약 1504㎞를 움직여야 하는 KIA 타이거즈다. KIA는 이번주 홈 5연전을 갖지만, 이후 서울-광주-인천-광주-부산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장거리 이동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8월 7~12일까지는 고척에서 넥센 히어로즈전을 마치고 9일 새벽에 광주에 도착했다가 10일 밤 늦게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인천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가장 부담이 적은 팀은 약 643㎞를 이동하는 두산 베어스다. 1위 두산은 8월 행운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지방 원정은 광주 KIA전(4~5일) 1번 뿐이고, 또다른 원정 2연전도 수원 KT 위즈 2연전이다. 두산은 8월에 치르는 13경기 중 9경기가 잠실 홈 경기다.
최근 투타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7위까지 순위가 떨어진 KIA가 갈 길이 바쁜 와중에 최악의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는 점과 여유있는 1위 두산이 홈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휴식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은 희비가 극명히 갈린다.
보통 5개팀이 몰려있는 수도권팀들이 이동 거리가 짧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8월 일정표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KIA 다음으로 이동 거리가 긴 팀은 LG 트윈스(약 1380km)고, 롯데 자이언츠(약 1274㎞), KT(약 1091㎞), SK 와이번스(약 958㎞) 순이다. 창원 마산구장이 홈인 NC 다이노스는 시즌 평균적으로 가장 살인적인 이동 거리를 자랑(?) 하지만, 8월 일정상으로는 약 745㎞로 두산 다음으로 이동이 적은 편이다. 삼성 라이온즈도 약 844㎞로 하위권이다.
물론 이동 거리가 짧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도 아니고, 길다고 해서 무조건 불리하지도 않다. 하지만 누적된 피로도는 경기 집중력 등 세밀한 부분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인 2~3위 SK 와이번스, 한화 이글스나 혼전 양상인 5위 싸움 팀들에게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요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8월 구단별 이동거리(경기장 기준·소수점 반올림)
KIA=1504㎞
LG=1380㎞
롯데=1274㎞
KT=1091㎞
SK=958㎞
삼성=844㎞
넥센=799㎞
NC=745㎞
한화=700㎞
두산=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