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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은 참사를 부른다. 넥센 끝내기 패배를 부른 장면 3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6-28 12:21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가야만 경기는 끝난다. 그 전까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놓아선 안된다. 방심하는 그 순간, 패배는 유령처럼 소리 없이 찾아와 팀을 집어 삼킨다. 실체를 확인하고 싶다면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넥센 히어로즈가 당한 처참한 패배를 살펴보면 된다. 이날 넥센은 롯데 자이언츠에 7회까지 5-2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다 8회말 4점을 헌납해 5-6으로 역전당했다.

물론 롯데도 완벽하게 역전승을 달성한 건 아니다. 9회초 동점에 이어 연장 11회초 재역전을 허용했다. 넥센이 두 번째로 승기를 잡은 순간. 하지만 넥센은 이마저도 지키지 못했다. 연장 11회말 솔로 홈런 두 방으로 다시 동점 허용, 그리고 12회말 끝내기 희생 플라이. 롯데의 감격적인 승리로 경기는 끝났다.

어디부터 꼬인 것일까. 경기를 찬찬히 돌아보면 분명 넥센이 패배를 자초한 장면이 숨어있다. 그 중에서 크게 세 가지 장면이 부각된다.


8회말: 김하성의 치명적 실책

사실 이날 7회까지 넥센의 게임 플랜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대체 선발 김동준이 5회까지 2실점으로 막아줬고, 그 뒤를 불펜이 잘 막아내면서 7회초 타선이 역전을 만들어냈다. 5회까지 투구수가 87개였던 김동준을 6회에 올리지 않은 건 그가 올 시즌 90구 이상을 던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6회부터 양 현-오주원-이보근으로 이어진 불펜 운용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실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깔끔한 불펜 운용이 꼬이게 된 건 8회말 수비 실책 때문이다. 5-2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오른 이보근은 선두타자 나경민을 유격수 직선타로 잡았다. 유격수 김하성은 이때까지만 해도 상당한 집중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까다로운 직선타구를 잘 처리한 뒤에 방심했다. 오히려 평범하다시피 굴러온 손아섭의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이보근은 이로 인해 무너졌다. 그리고 이대호-민병헌으로 이어지는 롯데 중심타선도 이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8회말: 대타 채태인과의 정면승부

넥센이 첫 번째로 승기를 놓친 8회말. 3-5에서 대타 채태인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이 장면은 채태인의 뛰어난 클러치 능력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다른 면으로는 넥센 이보근-김재현 배터리의 성급한 승부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2사 2, 3루에서 7번 신본기 타석 때 채태인이 대타로 나왔다. 채태인에게 주어진 미션이 장타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채태인 역시 1B1S 때부터 적극적인 스윙으로 파울을 만들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었다.


예봉은 피해가는 게 합리적이다. 채태인은 클러치 능력을 지닌 베테랑 타자다. 게다가 아예 작정하고 장타를 노리고 나온 상황이다. 뒤에 8, 9번 하위 타순이라면 차라리 고의4구나 혹은 볼넷을 염두에 둔 승부가 나을 법 했다. 굳이 예봉에 정면으로 맞설 필요는 없다. '무조건 이긴다'는 마음이 이 경우에는 자신감이 아닌 자만심으로 바뀐 듯 하다.

11회말:주효상-조덕길 뉴 배터리의 조급함

넥센이 두 번째 승기를 놓친 장면. 6-8로 앞서다 11회말에 두 개의 솔로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앞서 4타수 무안타였던 김동한에게 솔로홈런, 그리고 5회에 홈런을 하나 날렸던 전준우에게 두 번째 동점 솔로포.

흔히 11회말에 6번째 투수로 나온 조덕길과 굳이 필승조가 아닌 그를 올린 넥센 벤치의 결정에 비난이 몰린다. 하지만 앞서 대부분의 필승조 투수들을 모두 소진한 터라 딱히 낼 수 있는 투수도 마땅치 않았다. 김성민 이승호 안우진 조덕길이 남았는데, 이 중에서 그나마 경험이 많고 믿을만 한 투수가 조덕길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조덕길과 함께 포수도 이전 이닝 대타로 나온 주효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포수와 투수가 모두 새 얼굴이었다. 경기 흐름이나 미묘한 승부처의 분위기를 감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차라리 이럴 때 벤치가 적극적으로 사인을 주도해 신중한 승부를 유도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혈기가 넘치는 젊은 배터리는 성급한 승부를 이어갔고, 포크볼이 모두 홈런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한 번은 실수라고 해도 전준우의 동점포는 방심이었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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