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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에이전트에게 말해 보겠다더라."
넥센이 처음부터 해커를 영입할 계획이 있던 건 아니다. 영입 후보 리스트에 있던 후보 중 하나였다. 여기에는 과거 넥센에서 뛰었던 앤디 밴헤켄과 마이너리그 투수 2명이 더 있었다. 그러나 현지에서 직접 만나본 결과 해커가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현재의 구위다. 밴헤켄이 이 부문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넥센 관계자는 "밴헤켄은 꾸준히 연락을 하며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는데, 구속이 130㎞ 초반에 그쳤다. 이 상태라면 데려올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해커는 꾸준히 운동을 해오며 구위를 관리해 곧바로 실전에 투입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물론 다른 2명의 마이너리그 투수도 이 부문에서는 해커와 마찬가지로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항목에서 해커가 다른 선수들을 앞질렀다. 그건 바로 한국으로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여기까지 검토한 결과 해커가 최적의 영입 대상이었다. 미국 현지에서 넥센 스카우트팀은 해커와 직접 만나 식사를 하며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 재취업에 목말랐던 해커는 당연히 반색을 표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해커의 에이전트가 몸값을 높게 부른 것. 넥센 관계자는 "생갭다 너무 높은 액수를 제시했다. 거의 풀타임 시즌에 준하는 금액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대로라면 협상이 무산될 판이었다.
하지만 해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넥센 측이 연봉 문제로 고민한다는 소식을 들은 해커는 "그럼 내가 직접 에이전트와 말해보겠다"는 뜻을 밝히곤 몸값을 스스로 낮췄다고 한다. KBO리그에 다시 돌아오기 위한 해커의 간절함이 엿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