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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 칼럼]나에게 딱 맞는 배트를 찾는 타자들의 노력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8-06-19 06:01


두산 허경민, 한화 송광민, SK 노수광(왼쪽부터). 스포츠조선DB

야구는 신기한 스포츠다. 축구는 발, 농구 배구는 손, 탁구 테니스는 라켓이라는 도구로 대결을 한다. 서로 같은 몸의 부분이나 도구로 상대한다. 그런데 야구는 투수가 손으로 던지는 공을 타자가 배트로 치는 스포츠다.

타자에게 자기 손처럼 아주 중요한 존재인 배트. 올 시즌 좋은 타격을 하고 있는 타자들에게 배트에 대해 물어보면 생각하지도 못한 답변이 나온다. 가지각색의 깊은 생각이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쓰는 배트는 보통 길이 33인치(약 83.8㎝)에서 34인치(약 86.4㎝) 정도이고 무게는 850∼900g이다. 장거리 타자는 길고 무거운 배트를 쓰는 경향이 있다. 홈런왕을 다투고 있는 두산 베어스 김재환과 SK 와이번스 최 정은 34인치, 900g짜리 배트를 쓰고 있다.

배트는 길이와 무게에만 특징이 있는 게 아니라 밸런스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장거리 타자는 원심력을 이용하기 위해 배트의 헤드 부분에 무게감이 있는 톱 밸런스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 정은 "나는 톱 밸런스는 좋아하지 않아 미들 밸런스를 사용한다"고 했다. 여러 배트를 쓰면서 자기 만의 배트를 찾고 있다.

두산 허경민의 경우 헤드 부분을 도려낸 배트를 쓰고 있다.(사진 왼쪽) 한국에서 많이 볼 수 없는 형태를 쓰는 이유에 대해 허경민은 "작년까지 860g을 썼는데, 변화를 주려고 10g 무거운 배트를 쓰고 있다"면서 "무거워졌지만 그 대신 헤드 부분의 나무를 도려내는 것으로 배트 전체의 밸런스는 좋아졌다"고 말했다. 허경민에겐 배트 변화가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배트의 무게감을 그립으로 조절하는 선수도 있다. SK 노수광은 일반적인 그립과 달리 손잡이 부분이 큰 이른바 '반다마 그립'을 주로 쓰고 있다.(사진 오른쪽) 반다마 그립은 무게 밸런스가 배트의 중심이나 그립쪽에 있고 짧게 치고 싶은 타자가 원하는 스타일이다. 노수광은 반다마 그립이 "휘두르기 쉽다"고 해다.

경기 때 쓰는 배트보다 경기 전 타격훈련 때 사용하는 배트가 더 무거운 선수들이 많다. 느린 배팅볼은 때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훈련과 경기뿐만 아니라 컨디션에 따라 배트의 무게를 달리하는 선수도 있다. 한화 이글스 송광민은 "훈련 때는 920g을 쓰는데 경기 땐 봄에는 900∼910g . 여름에 힘이 떨어지면 890g을 쓴다"고 했다.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에 가벼운 배트를 쓰는 선수들이 있지만, 송광민처럼 여러 종류를 준비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자기에게 맞는 배트를 찾은 선수가 있는 반면에 아직도 자신에게 맞는 배트를 찾고 있는 선수도 있다. 한화 하주석은 지난해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배트를 쓰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34인치, 920g의 톱 밸런스 배트를 썼는데 33.5인치, 880g에 무게 중심이 가운데인 배트로 바꿨다. 하주석은 "배트에 대해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10년 전 한국에서 활동한 일본인 코치는 "한국 타자들은 배트에 별 신경을 안 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타자들 모두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배트를 찾고 있다. 이 과정에 시행 착오도 있다.

장마철에는 배트가 습기의 영향을 받고, 무더운 여름이 되면 스윙 스피드가 떨어진다. 소중한 동반자인 배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 선수가 후반기 싸움에서도 살아 남을 것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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