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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보!" 한용덕 감독의 탄식은 누구를 향한 것이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6-13 21:14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린다. 경기 전 한화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한용덕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고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6.13/

"이런 바보!"

한화 이글스 한용덕 감독의 자조어린 탄성이 취재진의 웃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이런 바보!"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잔뜩 배어있는 한 마디 외침. 그런데 과연 이건 누구를 향한 말이었을까. 대체 누구를 '바보'라고 하는 걸까. 일단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자.

한 감독은 13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팀의 여러 상황과 경기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한 감독에게 지난 11일 타격 부진으로 1군에서 제외된 최진행의 1군 복귀 예상 시점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한 감독은 "보낸 지 며칠 됐다고 벌써 물어보시나"라며 아직 복귀를 언급할 때가 아니라는 걸 에둘러 표현했다. 사실 최진행의 2군행은 타격 부진이 원인이라 이 문제가 해결되는 때가 복귀 시점이나 마찬가지다. 최진행은 1군 26경기에서 타율 1할8푼7리로 극도의 부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1군에 오기 어렵다.

그래서 한 감독도 최진행을 2군으로 내려보내는 문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한 감독은 "고민이 많이 됐다. 그래서 2군에 보내기 전에 따로 면담까지 했다. 그 자리에서 '네가 가기 싫다고 하면 안 보내겠다.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최진행도 2군에서 재정비를 할 필요성에 동의를 표시한 것이다. 그의 올 시즌 두 번째 2군행은 이렇게 이뤄졌다.

그런데 이렇게 2군으로 가자마자 최진행의 타격감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2군행 이후 첫 출전인 12일 경찰 야구단과의 경기에서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더니 13일에는 3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2개의 안타가 모두 홈런이었다.

한 감독은 12일 경기 결과는 미리 알고 있었다. 그래서 12일 결과를 언급하며 "고민 끝에 내렸더니 거기서는 잘 하고 있더라. 참 난감하다"고 최진행의 컴백 시점이 고민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때 한 취재진이 "오늘은 2홈런을 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한 감독은 이 소식에 "오늘도요?"라고 깜짝 놀라더니, 탄식하듯 말했다.

"이런 바보!"

이렇게 진행된 대화 끝에 등장한 탄식의 외침. 감독의 속도 모르고 2군에서 맹타를 휘두르는 최진행을 지칭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이런 상황을 예측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책의 말이었을까. 정답은 한용덕 감독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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