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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승10무234패, 승률 5할7푼5리. NC 다이노스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기록한 승률이다. 두산 베어스(315승5무240패·0.568), 넥센 히어로즈(302승6무252패·0.545)를 제치고 이 기간 승률 1위였다. 2013년 1군 첫 해부터 다이노스는 막내팀답지 않게 거침이 없었다. KBO리그 9개 팀 중 7위에 올라 8위 KIA 타이거즈, 9위 한화 이글스를 민망하게 했다. 출범 2년차였던 2014년 페넌트레이스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더니,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다. 지난 10년간 포스트시즌 근처에도 못 가본 팀이 있다는 걸 생각해보라.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 아쉬움을 삼켰지만, NC는 앞서가는 팀, '핫'한 팀이었다. 빠르게 적응해 주축 전력으로 자리잡은 최상급 외국인 선수, 우선 지명을 통해 합류한 우수한 국내 자원, 꼭 필요한 부분을 채운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이 어우러진 결과다.
여러가지 정황을 보면,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쪽에 무게가 실린다. 고용주인 구단은 계약 관계에 있는 피고용자인 감독을 언제든지 경질할 수 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례가 있다.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성적 부진을 이겨낼 지도자는 없다. 김 감독은 평소에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라면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그는 창단 감독으로서 현재 NC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을 상징하는 야구인이자, 명장 반열에 오른 지도자라면 그에 걸맞은 예우가 따라야 한다. 올 시즌 팀이 최하위에 처졌다고 해도, 남은 시즌에 반등의 여지가 희박하다고 해도, 시즌 중에 갑자기 물러나야 할 정도로 책임이 위중하고 상황이 급박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 거둔 성과를 봐도 그렇고, 상식적으로도 그렇다. 시즌 중에, 더구나 59경기를 치른 시점이라 더 납득하기 힘들다.
한 야구인 출신 구단 고위 관계자는 "구단 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굉장히 이례적이고 의아한 결정이다"고 했다. NC 구단은 보도자료에서 남은 시즌을 유영준 단장이 감독대행 체제로 치른다고 알리며, '현장 리더십 교체'라는 애매한 표현을 동원했다. 유 감독 대행의 지도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는 프로팀 코치 경력조차 없는 야구인이다.
설사 김 감독이 구단과 불화가 있었고, 사퇴 의사를 먼저 나타냈다고 해도, 설득해 시즌을 마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김 감독은 2016년 시즌이 끝나고 2+1년 조건으로 재계약해, 올 시즌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거취가 정리될 수도 있었다. "경험이 일천한 40대 젊은 지도자도 아니고, 김경문 감독 정도라면 얼마든지 좋은 모양새를 갖춰 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는 한 야구인의 말에 공감이 간다.
지난해 12월 NC 구단은 이태일 대표가 물러나고, 황순현 대표 체제를 맞았다. 내년부터 현 홈구장인 마산야구장의 두배 규모인 새 구장에 입주한다. 내년이 구단 운영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새 대표 체제, 새 구장에서 새 출발은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분위기 쇄신 내지 분위기 환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김 감독 사퇴를 보면 '순리'보다 '무리수', '정도'보다 '조급함'이 먼저 읽힌다.
정규시즌 통산 896승30무774패(승률 0.537)를 기록한 김경문 감독의 뒷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인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