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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KT 감독, '더그아웃 전자장비 사용 해프닝' 사연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5-31 17:30


◇김진욱 KT 감독.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보여주려고 들고 나왔다(웃음)."

31일 대구구장. 김진욱 KT 위즈 감독의 손에는 수첩이 들려 있었다.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빼곡하게 채워진 수첩을 꺼내들며 앞뒤로 펼쳐 보였다. 옆에서 이날 스타팅 라인업을 정리하던 팀 기록원이 휴대전화를 잠시 들여다보자 "더그아웃에서 전화기 쓰면 안돼"라고 씩 웃으며 농을 쳤다.

전날 TV 중계 화면이 발단이었다. 30일 대구 삼성전 도중 더그아웃에 앉아 있던 김 감독을 카메라가 비췄다. 그런데 김 감독은 들고 있던 수첩을 툭툭 치다가 펜으로 누르는 모습이 드러났다. 휴대전화 내지 스마트패드를 들고 취하는 행동과 흡사했다. 수첩만 비춰졌을 뿐 전자장비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일부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김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전자장비를 사용하는게 아니냐'며 문제 제기를 했다.


◇사진캡쳐=SBS 스포츠 중계 화면
더그아웃 내 전자장비 사용은 KBO규정 위반 사항이다. KBO리그 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 조항'에는 '경기시작 후 벤치 및 그라운드에서 감독, 코치, 선수, 구단 직원 및 관계자의 무전기, 휴대전화, 노트북, 전자기기 등 정보기기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또 '경기 중에 구단 직원 및 관계자는 위 장비를 사용하여 감독, 코치, 선수에게 그 경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벤치 외 외부 수신호 전달 금지, 경기 중 외부로부터 페이퍼 등 기타 정보 전달 금지)'고 규정했다. 지난해 10월 더그아웃에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던 양현종(KIA) 타이거즈가 이 규정에 저촉되어 1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김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전자장비를 활용했다면 비슷한 제재를 받을 수 있었다. 수첩으로 장비를 가린 채 활용했다면 더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나도 중계 화면을 봤다. (보는 이들이) 오해할 만하다"며 "수첩에 전날 경기 상황과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기록해놓고 경기 중 체크한다. (3회초에) 박경수가 사구를 맞은 뒤 정 현과 교체했다. 남은 선수 상황 및 교체 방안을 체크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수첩을 휘젓는 동작이 '스마트폰 화면 전환 동작과 비슷했다'는 지적을 두고 "볼펜 자국이 수첩에 묻어 지우려고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매 경기 TV에서 더그아웃을 비추는데 어떻게 전자장비를 갖고 들어갈 생각을 하겠느냐. (만약 썼다면)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예전부터 수첩에 기록을 메모해놓고 수시로 체크해왔다"고 강조했다.

최근 KBO리그는 '넥센 히어로즈발 태풍'에 바람잘 날이 없다.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불신과 오해가 증폭되고 있다. 사소한 장면 탓에 한바탕 해프닝을 겪은 김 감독은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이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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