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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을 통해 본 선수에게 적절한 휴식 타이밍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5-30 11:33




LG 트윈스 박용택은 지난 29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 부상이 아닌 다른 이유로 그가 선발에서 제외된 것은 올시즌 처음이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LG 트윈스 박용택은 올시즌 붙박이 3번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다. 팀내 최고참으로서 주장도 맡고 있는 박용택의 존재감은 타순 그 자체에서도 드러난다. 류중일 감독의 신임이 두텁다. 그러나 시즌 초반 박용택은 찬스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며 공격의 맥을 끊는 경우가 잦았다. 득점권 타율이 한때 1할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류 감독의 믿음은 변치 않았다. 3번 타순은 늘 박용택의 차지였다.

그랬던 그는 지난 29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숨어있는 의도가 있었을까. 아니다. 박용택은 이날 롯데 좌완 선발 브룩스 레일리에게 약하기 때문이었다. 2015년부터 통산 상대 타율 2할1푼4리(23타수 5안타)를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하나도 없다. 올 시즌에도 7타수 1안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오늘 박용택과 오지환이 선발에서 빠지는데, 용택이가 레일리 공을 참 못친다. 그래서 뺐다"고 했다. 박용택도 "(내 배팅)타이밍과 잘 안맞는다"고 말했다. 그게 전부일까. 그것도 아니다. 박용택에게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다. 박용택이 올시즌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된 것은 지난 4월 22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이어 두 번째였다. 당시에는 전날 훈련하다가 타구에 머리를 맞고 어지럼증이 생겨 다음날 선발에서 빠진 것이다. 올시즌 유일한 결장 경기였다.

이후 이동일과 우천 취소일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것이다. 선발 제외의 결과는 어땠을까. 박용택은 2-3으로 뒤진 9회초 대타로 등장해 우측으로 2루타를 날리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LG는 이어 이형종의 적시타, 김현수의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5대3으로 승리했다. 박용택의 안타가 큰 역할을 했다. 벤치에서 쉬면서 경기를 지켜보고 난 뒤 마지막 순간 타석에 나가 안타를 만들어 냈으니 본인도 최근 들어 가장 기분 타석이었을 것이다.

선수에게 휴식은 늘 필요한 것이다. 그걸 어느 시점에,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놓고 고민하면 되는 일이다. 특히 30대 후반 이상의 베테랑 선수들,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포수들은 144경기를 모두 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포수의 경우 많은 팀들이 '전담 포수제'를 실시한다. 특정 외국인 투수가 등판하는 날 백업 포수가 선발 마스크를 쓴다. 주전 포수는 모처럼 더그아웃에서 여유롭게 소속팀 뿐만 아니라 상대팀 배터리의 움직임을 보며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체력 관리가 필요한 베테랑 선수들도 휴식이 주어진 날에는 훈련량을 줄이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사상 첫 2000안타의 주인공인 양준혁은 현역 시절 "나이 들어 지명타자로 나서지만 수비도 함께 하는 게 타격에 도움이 된다. 그래도 모든 경기를 소화할 수는 없다. 휴식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소속팀, 해당 감독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실력이 좋은 선수를 쉬게 하는 건 모험에 가깝다. 한화 이글스 한용덕은 마무리 정우람에 대해 "3일 연속 던지는 일은 없다"며 원칙을 밝혔지만, 그에 해당하는 날 마무리가 필요하다면 당장 올리고 싶은 심정이 크다고 했다.

휴식일은 전적으로 선수 본인이 결정한다. 부상이 아닌 이상 선수가 출전 의사를 나타내면 감독이 마음을 접는 경우가 훨씬 많다. 야구로 먹고 사는 선수들에게 한 타석, 한 경기, 한 시즌은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다. 2632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갖고 있는 칼 립켄 주니어는 휴식일에 대해 "선택은 감독이 한다"고 했다. 즉 선수는 출전이 최고의 영광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휴식일을 잡는 건 매우 신중해야 하고 결과도 좋아야 한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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