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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는 타석에 들어가기 전 바닥에 뭘 그릴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5-27 07:32


사진제공=KT 위즈

KT 위즈 '괴물신인' 강백호는 타석 옆 그라운드 바닥에 뭘 그리는 걸까.

강백호는 올시즌 최고로 '핫한' 신인 선수다. 개막 초반 돌풍에 이어 잠깐의 슬럼프로 힘들었으나, 최근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곽 빈(두산 베어스) 양창섭(삼성 라이온즈) 등 신인왕 경쟁 후보들이 부상, 부진으로 주춤한 가운데 강백호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띈다.

그런데 강백호가 최근 타석에 들어서기 전 '이상 행동'을 하고 있다. 방망이로 배터 박스 옆 땅에 뭘 자꾸 그린다. 대충도 아니고, 한참 신중하게 선을 긋는다.

처음 큰 네모를 그린다. 그리고 그 안에 조그마한 동그라미를 이어 그린다. 네모는 항상 같은데, 동그라미는 위치가 바뀐다. 무슨 의미일까.

그 타석에서 어떤 코스를 치겠다는 자신만의 암시다. 강백호는 "고등학교 때는 안했다. 프로에 들어와 나도 훌륭한 선배님들처럼 타석 루틴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만들게 됐다. 스트라이크존을 네모로 생각하고, 동그라미는 내가 노리는 코스에 그린다. 그 코스만 노리고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진다"고 말했다. 강백호는 이어 "무조건 그 코스에 들어오는 공만 칠 수는 없다. 그쪽으로 공이 안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노린 코스로 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집중력이 생긴다"고 밝혔다.

코스 설정은 그냥 하는 게 아니다. 경기 상황, 상대 투수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설정한다. 예상대로 모두 적중하는 건 아니지만, 적중률이 어느정도 있다고 한다. 강백호는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 5회 한승혁을 상대로 좌월 홈런을 때려냈다. 그 때도 이 신성한 의식(?)이 통했다. 강백호는 "직구가 좋은 선배님이기 때문에 직구만 생각했고, 바깥쪽으로 들어오면 공이 빠르니 밀어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에피소드도 있다. 상대팀 선배 포수들이 강백호의 이런 행동을 신기해한다. 강백호는 "어떤 선배님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뭘 그리냐고 물어보셨다. 그림을 보고 '거기 들어오는 거 친다고?'라고 말씀하시길래 '네'라고 대답했다니 거기 안들어오게 하겠다고 농담을 하셨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내가 노리는 공에는 힘찬 스윙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KT 김진욱 감독은 이런 강백호를 보고 "신인인데, 주눅이 드는 모습이 없다"며 대견해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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