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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이든, 10명이든 똑같아요. 제 할 것만 잘하면 됩니다."
전민수는 KT 입장에서 상징성이 있는 선수다. 2014년 신고선수로 입단해 조범현 전 감독의 눈에 들어 2016년 팀 주축으로 활약했다. 2년째 꼴찌에 그친,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는 팀 속에서 유독 전민수의 독기 넘치는 눈빛이 빛났다. 주눅들지 않고 야무지게 방망이를 돌렸고, 땅볼을 쳐도 무조건 전력질주였다. 조 전 감독은 당시 "전민수같이 야구 하는 선수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었다. 현재 1군에서 뛰는 주축 선수들을 보면, 창단 때부터 있던 선수는 거의 없다. 상위 지명이 아닌, 신고선수로 KT에 입단해 지금까지 버틴 선수는 전민수가 유일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성적도 74경기 타율 3할5리로 괜찮았다. 특히, 컨택트 능력이 좋았다. 하지만 경기 도중 사구에 맞아 왼쪽 복사뼈 비골 미세 골절 진단을 받아들고 말았다.
전민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KT는 확 바뀌었다. 특히, 전민수 주포지션인 외야는 더욱 그렇다. 괴물신인 강백호가 가세했다. 장타력이 있는 오태곤도 외야 전향을 선언했다.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도 풀타임 선수가 됐다. 외야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아니, 사실 백업 외야수들은 희망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유한준-로하스-강백호의 입지가 워낙 탄탄해서다. 전민수는 "2군에 있는 외야수 동료들이 힘들어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하면서도 "프로 선수이기에 실망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언제 기회가 올 지 모르기에 다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나도 최선을 다해 운동하다보니 이렇게 다시 1군에 오게 됐다"고 했다. 이어 "정말 솔직히 1군에 처음 왔을 때는 속으로 '저 선배님이 너무 잘하면 안되는데'라는 생각도 했다. 내가 1군 주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지, 없는지만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부질없는 일이란 걸 알게 됐다. 의식하면 야구는 더 안된다. 그냥 내 할 것만 잘하면 결과는 따라온다. 5명이 경쟁을 하든, 10명이 경쟁을 하든 늘 똑같다. 내가 잘하면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전민수는 마지막으로 "대타든, 대수비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