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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야구장 가는게 즐겁습니다."
정 훈은 "(3일 KIA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퓨처스(2군) 후배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축하한다'고 격려 메시지를 보내왔다. 고마우면서도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내가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주어진 기회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주자는 생각이 컸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져 다행"이라고 최근의 활약을 자평했다.
든든한 가족도 숨은 힘이었다. 정 훈은 지난해 12월 동갑내기 신부 임온지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 3개월차 새신랑다운 '아내 자랑'이 쏟아졌다. "아내와 오랜기간 연애를 했다. (내가) 좋았을 때, 부진했을 때 모두 곁을 지켰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결같이 야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요즘 아내가 '얼굴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 '가족의 힘'이란게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웃음)."
고된 생활 끝에 찾아온 것은 깨달음이었다. 정 훈은 "최근 (김해) 상동구장(롯데 퓨처스 구장)에 가니 대부분이 후배더라.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스스로의 동기부여가 커졌다"며 "비록 퓨처스지만 꾸준히 기회를 받다보니 매 경기가 더 소중해졌다.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많아졌다. 어느새 마음이 편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구장으로 가는게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 즐겁다"고 웃었다.
정 훈의 주전 경쟁 성패는 수비에 달려 있다. 뛰어난 타격 재능에도 수비 실수로 기회를 살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에 대해 정 훈은 "부진했던 점은 스스로 인정한다.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지적이고 내가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부진에 얽매여 위축되는 것보다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즌 초반의 깜짝 활약은 언제든 잊혀질 수 있다. 정 훈 역시 욕심보다는 희망을 노래했다. "야구장에 가는게 즐거운 1년을 만들고 싶다. 하루를 '이겨낸다'가 아닌, '즐겁게 보내자'로 만들고 싶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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