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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일까, 발전할 여지가 있을까.
직구 최고구속은 150km를 찍었으나 의미가 없었다. 평균 140km 초중반대를 형성했고, 공에도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투구 스타일이 기존 니퍼트의 것이 아니었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놓고도 변화구-변화구로 유인하고 도망가기 바빴다. 전성기 시절 니퍼트는 힘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해버리는 스타일이었다. SK전 니퍼트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위기를 맞이했던 4회초 마지막 타자 최 항을 상대로 던진 148km 몸쪽 꽉찬 직구 뿐이었다. 2S 상황 정면 승부였다.
지난 NC 다이노스전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냉정하게 그 때는 운이 좋았다. NC 타자들이 워낙 하락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실점을 했던 니퍼트였다.
지금 모습이라면 앞으로도 큰 희망을 갖기 어렵다. 시즌 초반 니퍼트 없이도 잘 싸운 KT는 니퍼트가 돌아와 정상적으로 로테이션만 지켜준다면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선수가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다면 팀 전체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니퍼트가 건강한 선수임이 확실하다면 모를까, 두산 베어스를 떠날 때부터 어깨와 팔꿈치 쪽 건강 문제가 제기됐기에 더 기대를 하기 어렵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어깨가 아파 공을 던지지 못했던 니퍼트였다.
그래도 아직 선수와 감독의 말을 믿어볼 필요도 있다. 김진욱 감독은 누구보다 니퍼트를 잘 아는 감독이다. 김 감독은 "스스로 컨디션을 끌어올릴 줄 아는 선수다. 곧 나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니퍼트도 "화요일-일요일 등판도 문제 없다. 선발로 몇 경기만 더 치르면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과연, 니퍼트가 반전 드라마를 쓰며 KT 반등을 이끌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KT 외인 투수 악몽의 한 페이지로 이름을 남기게 될까. 확실한 건, 현재 니퍼트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그 니퍼트가 아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