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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훈, 진짜 리드오프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뭐?
수비는 리그 톱 수준이다. 하지만 타격이 계속 이 상태로 이어진다면 류 감독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올 수 있다. 지금은 팀이 잘나가니 괜찮지만, 팀이 슬럼프에 빠질 때는 1번 타자의 출루율에 이목이 집중될 수 있다.
일단 컨택트 능력은 괜찮다. 하지만 공을 잘 건드리는데도, 타율이 낮은 건 타구의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컨택트 능력이 좋은 교타자가, 욕심을 버리고 밀어친다는 건 좋은 신호다. 하지만 밀어도 치고, 당기기도 하며 타구 분포가 넓어져야 상대 대처가 어려워지는데 안익훈은 너무 극단적으로 밀어친다. 밀어친다기 보다는, 일단 방망이에 공을 맞히기 위해 엉덩이가 빠지며 툭툭 건드리는 타격이 많아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봐야 한다.
올시즌 안익훈의 타구 분포를 보면 이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14일 경기까지 안타가 되든, 아웃이 되든 타석 결과가 결정이 되는 타구들을 분석해봤다. 좌투수를 상대로 뜬공 9개, 땅볼 20개를 쳐냈다. 우투수를 상대로는 뜬공 21개, 땅볼 22개였다. 뜬공은 라이너성 타구 포함이다. 좌투수 상대 뜬공 9개 중 7개고 모두 좌측이다. 중견수쪽도 없다. 우투수 상대 21개 중에서는 중견수 기준 우측으로 간 타구는 3개 뿐이었다. 땅볼 역시 투수 마운드 기준, 우측으로 간 타구보다 좌측 방향 타구가 3배 정도 된다. 15일 KT전에서도 좌중간 안타-유격수 직선타-3루 땅볼-2루수 병살타-3루 땅볼을 기록했다. 2루수 병살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좌측이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타구가 왼쪽으로 가면, 상대 수비의 대처가 쉬워진다. 시프트를 사용해 수비를 조금만 좌측으로 보내놔도 안익훈의 범타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도 쉬워진다. 굳이 바깥쪽 승부를 할 필요 없이 편하게 가운데, 몸쪽 승부를 하면 된다. 당겨치질 않으니, 오히려 몸쪽 공을 던지며 들어갈 수 있는 가운데 실투 걱정을 덜 해도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안익훈도 당겨치는 방법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빠르고, 힘도 있는 프로 선배들의 공에 대처하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지금의 스윙이 몸에 익었을 가능성이 높다. 신경식 타격코치도 "그동안 자신의 역할이 있어 이런 타격을 한 것 뿐, 스윙에 대한 자신감은 넘치는 선수다. 마음만 먹으면 당겨서도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과연, 안익훈이 시즌 초반 시련을 이겨내고 진정한 LG의 톱타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