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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박이 체제' LG, 류중일 감독에 '황태자'는 없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4-17 08:50


LG 트윈스는 올시즌 지금까지 쓴 라인업이 9개로 10개팀 중 가장 적다. 류중일 감독은 고정된 보직과 라인업을 선호하는 사령탑이다. LG가 시즌 초 부진을 딛고 단기간에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었던 이유로 선수들에게 안정적인 심리를 심어주는 류 감독의 지휘 스타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감독이 특정 선수를 밀어줄 때 '황태자'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사적(私的) 관계의 특혜가 아닌, 선호하는 유형의 자질을 갖춘 유망주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가 많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 시절 매년 1~2명씩 유망주를 주력 선수로 키워내며 핵심 전력을 다졌다. 류 감독이 '삼성 왕조'를 재건해 나갈 때 황태자로 불린 선수로 배영섭 김상수 구자욱 등이 꼽힌다. 주위에서 그렇게 불렀다.

LG에서는 어떤 선수가 류 감독의 황태자일까.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외야수 안익훈이 류 감독의 황태자로 불렸다.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류 감독은 주전 외야수 3명을 설명하면서 "익훈이가 중견수로서 톱타자가 될 자질을 갖고 있다"며 연습경기 내내 1번 중견수로 기용했다. 결국 안익훈은 1번 중견수로 시즌 개막을 맞고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투수에서는 김대현이 류 감독의 관심을 받는다. 류 감독이 김대현을 처음 본 것은 지난해 10월 LG에 부임하면서 경기 이천 2군 연습장을 찾았을 때다. 김대현이 던지는 걸 직접 봤는데 그 자리에서 '선발로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류 감독은 "키 크고 상체가 두껍고 체격 조건이 좋더라. 구위가 아주 좋았다"고 했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서 꾸준히 선발 수업을 받은 김대현은 시즌 개막 후 5인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하지만 류 감독이 이 두 선수에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해도 최근 상승세를 감안하면 전체적인 용병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황태자가 따로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전력 요소 요소에 선수 한 명을 정해놓고 계속해서 믿음을 주고 있다.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과 연결된다. 최근 2~3년간 들쭉날쭉했던 LG 타선은 올시즌 안정감이 돋보인다. 매경기 타순 변동이 거의 없다. 1~2개 타순은 변동성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같다.

지난 15일 잠실에서 열린 KT 위즈전 라인업을 보자. 안익훈-김현수-박용택-가르시아-채은성-유강남-오지환-양석환-강승호 순이었다. 이날까지 19경기를 치른 가운데 1,3,4번 타자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김현수는 시즌 3번째 경기부터 2번 타순에 고정됐다. 채은성은 최근 타격감을 올리며 5번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 유강남은 8번을 치다 최근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을 뿜어내며 6번으로 승격됐다. 7번 오지환, 9번 강승호 역시 붙박이다.

LG는 타순을 크게 바꾼다 해도 전날과 비교하면 2개 자리 정도가 달라진다고 보면 된다. 타순 변동 폭이 다른 팀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15일 현재 LG가 들고 나간 라인업 종류는 9가지다. 그것도 대부분 한 자리 정도만 바뀔 뿐 1~5번, 7번, 9번이 고정이니 전체적인 타순의 모습은 다를 게 없다. 류 감독은 "일단 지금 타순으로 간다"고 했다. 다른 9개팀의 라인업 종류는 두산 베어스가 11개로 LG 다음으로 적고,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는 무려 19가지의 라인업을 썼다.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시즌 6선발을 잠시 구상했던 류 감독은 시즌 시작후 상황이 여의치 않자 주저없이 5인 로테이션을 확정했다. 5선발이던 임지섭이 부진하자 1군서 빼고 5명의 선발투수를 순서도 바꾸지 않고 운영중이다. 지난 주에는 임찬규, 김대현, 타일러 윌슨, 차우찬, 헨리 소사, 임찬규 순으로 등판했다.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하며 '선발 야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불펜진도 정찬헌을 뒷문에 박아두고 진해수 김지용 등을 필승조로 가동중이다.

주전과 백업이 가장 분명하게 구분되는 팀이 LG다. 특정 선수를 지목해 '황태자'라고 못박기 힘들다. 류 감독은 경북고 출신으로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대구를 떠난 적이 없다. 선수와 코치, 감독을 모두 삼성에서 보냈다. 서울 생활은 대학 시절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류 감독의 '서울살이'는 벌써 적응 완료다. 일각에서는 "류 감독이 부임 6개월 만에 현장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한 기회, 오로지 경기력에 따른 보직 결정, 믿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라인업 등이 비결로 꼽히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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