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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특정 선수를 밀어줄 때 '황태자'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사적(私的) 관계의 특혜가 아닌, 선호하는 유형의 자질을 갖춘 유망주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가 많다.
투수에서는 김대현이 류 감독의 관심을 받는다. 류 감독이 김대현을 처음 본 것은 지난해 10월 LG에 부임하면서 경기 이천 2군 연습장을 찾았을 때다. 김대현이 던지는 걸 직접 봤는데 그 자리에서 '선발로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류 감독은 "키 크고 상체가 두껍고 체격 조건이 좋더라. 구위가 아주 좋았다"고 했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서 꾸준히 선발 수업을 받은 김대현은 시즌 개막 후 5인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하지만 류 감독이 이 두 선수에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해도 최근 상승세를 감안하면 전체적인 용병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황태자가 따로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전력 요소 요소에 선수 한 명을 정해놓고 계속해서 믿음을 주고 있다.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과 연결된다. 최근 2~3년간 들쭉날쭉했던 LG 타선은 올시즌 안정감이 돋보인다. 매경기 타순 변동이 거의 없다. 1~2개 타순은 변동성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같다.
LG는 타순을 크게 바꾼다 해도 전날과 비교하면 2개 자리 정도가 달라진다고 보면 된다. 타순 변동 폭이 다른 팀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15일 현재 LG가 들고 나간 라인업 종류는 9가지다. 그것도 대부분 한 자리 정도만 바뀔 뿐 1~5번, 7번, 9번이 고정이니 전체적인 타순의 모습은 다를 게 없다. 류 감독은 "일단 지금 타순으로 간다"고 했다. 다른 9개팀의 라인업 종류는 두산 베어스가 11개로 LG 다음으로 적고,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는 무려 19가지의 라인업을 썼다.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시즌 6선발을 잠시 구상했던 류 감독은 시즌 시작후 상황이 여의치 않자 주저없이 5인 로테이션을 확정했다. 5선발이던 임지섭이 부진하자 1군서 빼고 5명의 선발투수를 순서도 바꾸지 않고 운영중이다. 지난 주에는 임찬규, 김대현, 타일러 윌슨, 차우찬, 헨리 소사, 임찬규 순으로 등판했다.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하며 '선발 야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불펜진도 정찬헌을 뒷문에 박아두고 진해수 김지용 등을 필승조로 가동중이다.
주전과 백업이 가장 분명하게 구분되는 팀이 LG다. 특정 선수를 지목해 '황태자'라고 못박기 힘들다. 류 감독은 경북고 출신으로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대구를 떠난 적이 없다. 선수와 코치, 감독을 모두 삼성에서 보냈다. 서울 생활은 대학 시절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류 감독의 '서울살이'는 벌써 적응 완료다. 일각에서는 "류 감독이 부임 6개월 만에 현장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한 기회, 오로지 경기력에 따른 보직 결정, 믿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라인업 등이 비결로 꼽히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