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만 같아라!
먼저 공격. 안타 3개 모두 팀 득점과 연결이 됐다. 그만큼 영양가가 높았다. 1회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고, 4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로 출루하고 홈을 밟았다. 한 이닝 3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5회말 역시 무사 2루 찬스에서 좌전안타로 추가 득점의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안타도 좌전안타, 중전안타, 우전안타 1개씩을 기록했다. 밀고, 당기고 상황에 맞는 배팅을 했다는 뜻이다.
그 다음은 수비. 전체적으로 몸놀림 자체가 매우 경쾌했다. 유독 유격수 방향으로 어려운 타구들이 많았는데 척척 처리했다. 2회초 황재균의 3루-유격수간 깊은 타구를 잡아내 강한 어깨로 송구하는 장면이 압권. 그리고 8회초 가장 중요한 수비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10-3으로 앞서다 8회에만 한꺼번에 5점을 주며 턱밑까지 추격을 당한 LG. 2사 만루 위기였다. 8회 이상하리만큼 내야수와 외야수들 사이에 떨어지는 텍사스 안타가 많았다. 이 상황에서 상대 4번 윤석민이 단타 한 방만 터뜨려도 동점이 될 수 있었다. 또, 내야와 외야 사이에 뜨는 어중간한 타구가 나왔다. 중견수 안익훈은 잡을 수 없는 위치. 하지만 오지환이 침착하게 공을 따라가 자신의 머리 위로 넘어가는 공을 안전하게 잡아냈다. 공을 잡았으니 쉬워보였지, 결코 쉬운 타구가 아니었다. 이날 잠실에는 바람까지 세차게 불었다.
|
오지환은 3할 가까운 타율, 그리고 20개 이상의 홈런, 또 두자릿수 도루가 가능한 선수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수비도 리그 상위권이다. 하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를 노리기 위해 상무 입대까지 포기했다는 사실에 여론이 안좋은 방향으로 흘렀다. 유격수로서 리그 상위권 성적을 올려야 대표팀 합류가 가능한 상황에, 개막 후 심적 부담이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공격도 부진했고, 수비에서도 실책이 많이(4개) 나왔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경기력만 계속해서 유지한다면 대표팀에 선발된다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다. 특히, 타격과 수비 뿐 아니라 주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활용 가치가 더 높아진다. 관건은 꾸준함이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