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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2번' 김현수 카드, 유효기간 언제까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3-29 08:42


LG 트윈스 김현수가 27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4회 적시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박용택의 안타 때 홈을 밟고 류중인 감독 및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김현수는 이날 2번타자로 출전해 2안타 3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지난 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오늘 2번타자는 누구인가요?"라고 묻는 질문에 "2번은 이제 묻지마세요. 비밀입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시즌 개막 후 2번 타순에 대한 고민이 커졌기 때문이다. "타선이 강하려면 2번과 6번이 강해야 한다. 메이저리그도 보면 최고의 타자가 2번을 치는 팀이 많다"며 '강한 2번타자론'을 내세운 류 감독은 개막 이후 정작 2번 타순에서 매번 공격의 맥이 끊기자 결국 27일 넥센전부터 5번을 치던 김현수를 2번 타순에 기용했다.

김현수는 두 번째로 2번타자로 나선 28일 경기에서 팀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류 감독의 고민을 덜어줬다. 4타수 2안타 3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홈런도 터져나왔다. 4-2로 앞선 4회초 2사 1,3루에서 넥센 선발 신재영의 134㎞짜리 몸쪽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라인드라이브 2루타를 날려 3루주자 유강남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7-3으로 앞선 8회초에는 복귀 첫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사 2루에서 하영민의 142㎞짜리 가운데 높은 직구를 걷어올려 중앙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25m짜리 대형 아치를 그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LG 2번 타순은 상대에게 '쉬어가는 곳'이었다. 지난 24일 NC 다이노스전부터 27일 넥센전까지 양석환, 김용의, 김현수가 2번타자로 선발출전해 합계 11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 기간 LG는 3연패를 당했다. 류 감독의 고민이 어느 정도였을 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28일 넥센을 상대로 김현수를 비롯한 팀의 주력 타자들이 활발한 타격으로 팀의 시즌 첫 승을 이끌었으니, 류 감독은 당분간 타순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2번 김현수' 카드를 계속해서 쥐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김현수 자신도 이날 활약으로 마음의 짐을 덜었다. 지난 겨울 4년 115억원의 조건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는 타석에서 부담이 컸을 것이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의식되는 것이 '이적생'의 인지상정이다. 앞서 김현수는 주자가 있을 때 6타수 1안타로 침묵했고, 특히 처음으로 2번에 배치된 27일에는 3차례 득점권 찬스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2번 타순이 뚫리니 득점력이 배가됐다. 이전 3경기서 합계 7득점에 그쳤던 LG는 이날 한 경기에서만 9점을 뽑았다. 2번타자 김현수는 3타점과 함께 2득점도 올렸다. 류 감독이 말한 강한 2번타자란 출루도 많이 하고 찬스에서는 적시타를 날릴 수 있는 타자를 의미한다. 김현수가 딱 그런 역할을 한 것이다.

김현수로서는 기다리고 있던 홈런이 복귀 4경기만에 나왔다는 점도 앞으로 타격감을 유지하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이날 경기 후 그는 "시작이 좀 힘들었는데 그래도 홈런이 빨리 나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김현수가 홈런을 친 것은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5년 10월 4일 KIA 타이거즈와의 잠실경기 이후 906일 만이다.

'강한 2번타자' 김현수를 앞세운 LG의 공격 행보가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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