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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지난 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오늘 2번타자는 누구인가요?"라고 묻는 질문에 "2번은 이제 묻지마세요. 비밀입니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날 경기 전까지 LG 2번 타순은 상대에게 '쉬어가는 곳'이었다. 지난 24일 NC 다이노스전부터 27일 넥센전까지 양석환, 김용의, 김현수가 2번타자로 선발출전해 합계 11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 기간 LG는 3연패를 당했다. 류 감독의 고민이 어느 정도였을 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28일 넥센을 상대로 김현수를 비롯한 팀의 주력 타자들이 활발한 타격으로 팀의 시즌 첫 승을 이끌었으니, 류 감독은 당분간 타순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2번 김현수' 카드를 계속해서 쥐고 있을 것이란 얘기다.
김현수 자신도 이날 활약으로 마음의 짐을 덜었다. 지난 겨울 4년 115억원의 조건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는 타석에서 부담이 컸을 것이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의식되는 것이 '이적생'의 인지상정이다. 앞서 김현수는 주자가 있을 때 6타수 1안타로 침묵했고, 특히 처음으로 2번에 배치된 27일에는 3차례 득점권 찬스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김현수로서는 기다리고 있던 홈런이 복귀 4경기만에 나왔다는 점도 앞으로 타격감을 유지하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이날 경기 후 그는 "시작이 좀 힘들었는데 그래도 홈런이 빨리 나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김현수가 홈런을 친 것은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5년 10월 4일 KIA 타이거즈와의 잠실경기 이후 906일 만이다.
'강한 2번타자' 김현수를 앞세운 LG의 공격 행보가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