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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의 일구일언(一球一言)] 공포의 미세먼지, 알바생들에게도 마스크를!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3-27 06:10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8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전국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으로 나온 가운데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3.25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마스크 지급을!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보기 위해 찾은 2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개막 2연전 축제 방해꾼이 있었다. 바로 미세먼지. 이날 경기장에서는 어딜 봐도 온통 뿌연 느낌 뿐이었다. 관측 이래 역대 가장 심한 미세먼지가 공기중에 떠돌아다니던 날이었다. '이런 날씨에서 과연 공이 제대로 보이기나 할까' 걱정이 될 정도로 먼지가 가득찼다. 양팀 선수들도 "미세먼지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라며 불평을 토로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미세먼지가 프로야구를 방해하고 있다. 작년 봄에도 경기를 해야하느냐 갑론을박이 몇 차례 있었다. 올해는 개막 시점에 맞아 미세먼지가 더 심하다. 언론에서는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가장 좋은 건 경기를 취소하는 것이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떠나, 현장 선수들부터 최악의 상황에 노출돼있다. 하지만 취소는 쉽지 않다. 만약, 미세먼지 농도를 기준 삼아 경기 개최와 취소를 결정한다고 할 때 기준에 넘어 너무 많은 경기가 취소된다면 시즌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미세먼지가 1년 동안 얼마나 더 괴롭힐 지 예측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현장 감독관들의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어떤 감독관도 미세먼지 사유로 경기를 취소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섣불리 취소했다가 갑자기 사정이 나아지는 등 사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괜히 첫 번째 사례를 만든 장본인으로 남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2018 KBO리그 개막전 삼성과 두산의 경기에 앞서 최주환 등 두산 선수들이 마스크를 쓴 채 훈련을 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8.03.25.
결국 공이 안보여 야구를 못하지 않는 한, 미세먼지 때문에 야구가 취소될 일은 없어 보인다. 선수들이야 경기 종목 특성상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으면 호흡이 불편하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고생을 해야한다. 많은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로서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대신 경기 전 훈련 때는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다. 또, 경기 중 착용을 원하는 선수는 마스크를 써도 무방하다. 본인들의 선택이다.

관중들도 선택권이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를 관전하면 된다. 이날 SK는 관중들을 위해 마스크 1만개를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장에서 같은 옷을 입고, 똑같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보안관 복장을 착용한 아르바이트생들이었다. 이들은 구장 곳곳에 배치돼 관중들의 편의를 돕는다. 계속해서 실외에 서있어야 한다. 하지만 먼지 속 마스크를 착용한 인원은 없었다.


문제는 이 아르바이트생들이 그 누구보다 야구장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한다는 사실이다. 경기 시작 3시간 전 정도에 모여 관중석에서 미팅을 하고, 관중 입장 때부터 경기 종료 후 관중들이 모두 퇴장할 때까지 먼지에 노출된다.


◇경기 3시간 전 안내사항을 전달받고 있는 아르바이트생들.  사진=김 용 기자
물론, 이 아르바이트 일도 자신들이 선택한 것이기에 먼지에 대한 불평을 하면 안된다는 얘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야구가 너무 좋아서, 사회 경험을 조금이라도 쌓고 싶어서, 적은 돈이라도 꼭 필요해서 일을 선택한 어린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마스크를 쓰고도 충분히 안내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이들에게도 마스크 착용을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 마스크를 쓴 인상이 무서울 수 있다면 마스크에 '스마일' 표시라도 해서 말이다. 불편해서 못쓰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통일감을 해칠 수 있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맡기는 방법을 쓰면 좋을 것 같다.

이 아르바이트생들 뿐 아니다. 계속해서 외부에 노출돼있는 볼보이, 배트걸, 맥주-음식 판매원 등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하던 이들의 건강도 함께 걱정해준다면 더욱 건강한 프로야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 미세먼지가 계속 우리를 괴롭힐 거라는 반갑지 않은 예보가 있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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