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개막 2연전, 첫 승 외에 무엇을 얻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3-26 09:46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8 KBO 리그 개막전 경기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넥센이 6대3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넥센 선수들의 모습.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3.24/

본격적인 2018 KBO리그 정규시즌이 막을 올렸다. 이제부터 거두는 승리와 패배는 모두 큰 의미를 지닌다. 향후 순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결정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주말 개막 2연전 때 넥센 히어로즈가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따낸 첫 승은 매우 귀중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넥센은 '시즌 첫 승' 외에도 얻은 것이 꽤 있다. 또한 뼈아팠던 2차전의 완패의 내용 속에서도 분명 페넌트레이스에 영향을 미칠 장면들이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8 KBO 리그 개막전 경기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4회말 1사 2루 넥센 이정후가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동점 2루타를 치고 있다.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3.24/
이정후의 타격감 회복

넥센은 올해 10개 구단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타선을 갖췄다는 평가를 들었다. 4번 타자 박병호의 복귀로 타선의 짜임새가 한층 더 단단해진 덕분이다. 그러나 시범경기를 통해 타선 라인업 한 부분에 미심쩍은 시선이 쏠렸다. 바로 이정후의 경기 감각에 대한 의문이었다.

지난해 넥센의 최고 히트상품이었던 이정후는 12월에 개인 훈련을 하다가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다. 그 여파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캠프 후반이 돼서야 대만의 2군 캠프에 합류해 연습경기에 나서며 경기 감각을 조율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시범경기 기간에 넥센 라인업에 돌아왔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를 거의 소화하지 못한 여파가 있는 듯 했다. 7경기에 나왔지만, 타율이 고작 9푼5리(21타수 2안타)에 그쳤기 때문이다. 부상 여파로 이정후에게 '소포모어 징크스'가 일찍 찾아온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이래서 생겼다. 그럴 때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방향이 좋지 않았을 뿐, 타구의 질과 타이밍은 괜찮았다"며 이정후를 감싸 안았다.

대개 이런 경우 첫 안타가 일찍 터지는 게 선수들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빚 맞은 안타라도 터지면 경기 감각에 큰 도움이 된다. 이정후에게 개막전은 그런 의미였다.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장 감독은 이정후를 8번으로 내렸는데, 이게 효과적이었다. 하위 타선에서 이정후는 좀 더 편안히 타석에 임했고, 결국 2회 볼넷에 이어 4회와 7회에 2개의 2루타를 날리며 페넌트레이스를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었다. 행운도 따랐다. 7회의 2루타는 정타가 아니었지만, 좌익선상으로 잘 굴러가면서 2루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세를 탄 이정후는 2차전에서도 안타를 추가했다.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8 KBO 리그 개막전 경기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8회초 등판한 넥센 김상수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고척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3.24/
생갭다 단단했던 불펜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장 감독은 불펜의 힘이 약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절감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의 첫 번째이자 핵심 과제로 불펜진 강화를 내걸었다. 투수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지난해와 달리 강한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모두 3일 연투가 되도록 준비하라. 그게 안되는 선수는 (1군에) 부르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실제로 3일 연속으로 쓰겠다는 것보다 터프한 등판 일정이 생기더라도 끄떡없을 정도의 체력을 쌓아두라는 의미가 컸다.

그런 뒤에 장 감독은 브랜든 나이트 1군 투수 코치와 머리를 맞댄 채 투수진 강화에 매달렸다. 다행히 가능성이 엿보이는 자원이 여럿 있었다. 그렇게 심사숙고 하면서 개막 엔트리 불펜진을 구성했다. 이 투수들이 일단 개막 2연전을 통해서는 나쁘지 않았다. 이길 때나 질 때 나오는 투수진이 서로 달랐고, 질 때 나오는 투수들도 위축되지 않고 상대와 정면 승부를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승리 상황에서의 필승조는 이보근-김상수 그리고 마무리 조상우였다. 이보근은 제구가 약간 불안했다. 24일 1차전 7회초 2사 1, 3루 때 등판해 이용규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으면서 선발 로저스의 자책점을 하나 늘려놨다. 그나마 양성우를 내야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임무를 마쳤는데, 베테랑인데다 구위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필승조로서의 임무를 부여받을 듯 하다.

시범경기 때 썩 좋지 않았던 김상수는 8회에 등판해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타격감이 좋던 한화 클린업트리오를 상대로 만든 결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마무리 조상우도 나오자마자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맞고난 이후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결국 곧바로 연속 삼진에 이어 내야 땅볼로 시즌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2차전에서도 지는 상황에 나온 투수들의 구위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선발 최원태에 이어 6회에 등판한 좌완 김성민은 1⅓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특히 이날 뽑아낸 4개의 아웃카운트 중 무려 3개를 삼진으로 채우는 기염을 토했다. 원래 김성민은 5선발 후보였던 투수다. 때문에 긴 이닝도 소화할 준비가 돼 있다. 이날 구위를 봐선 앞으로 팀 상황에 따라 선발로 나서는 경우도 충분히 나올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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