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군단' SK의 변신, '152km 선발 트로이카' 떴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3-19 11:41


◇SK 와이번스의 강속구 선발 트로이카. 메릴 켈리-김광현-앙헬 산체스.

지난해 SK 와이번스의 대표적인 팀 컬러는 '홈런 군단'이었다. 무려 234개의 역대 KBO리그 팀 시즌 최다 홈런 기록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하지만 올해는 컬러가 조금 바뀔 듯 하다. 강력한 홈런 생산 능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건 아니다. 대신 그걸 뛰어넘는 새로운 주력 무기가 등장할 듯 하다. 바로 150㎞ 이상의 강속구를 앞세운 '선발 트로이카'의 전면 부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 선발 야구가 SK의 새로운 팀 컬러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이런 전망은 시범경기를 통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올 시즌 KBO리그에 새로 온 외국인 투수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앙헬 산체스를 필두로 재활에 성공한 김광현, 그리고 SK에서 4년차 시즌을 맞는 메릴 켈리가 모두 강력한 역투 행진을 시범경기에서 이어갔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 기간에도 좋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시범경기에 선을 보인 이들 SK 선발 트로이카의 힘은 실제로도 막강했다.

산체스와 김광현은 나란히 1경기에 나와 비자책 1실점만 했고, 켈리는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80을 찍으며 안정감있는 호투를 이어갔다. 세 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최고 150㎞ 이상의 강력한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삼고 있으며, 여기에 제구력까지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3월 초순임을 감안해야 한다. 본격적인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여기서 구속이 조금 더 향상될 수도 있다.

산체스는 최고 구속이 158㎞까지 나왔던 투수다. 시범경기에서는 152㎞까지 기록했다. 지난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3안타 비자책 1실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볼넷은 1개도 내주지 않으면서 삼진을 9개나 잡아냈다는 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정도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안정적인 제구력까지 지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산체스는 올해 새로 KBO리그에 온 투수 중 단연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광현의 부활도 무척이나 반가운 호재다. 한때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였던 김광현은 지난해를 꼬박 재활에 투자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지난 1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이를 입증했다. 이날 경기에서 김광현은 5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산체스와 마찬가지로 평균자책점 0을 남겼다. 특히 김광현도 포심 패스트볼 최고구속이 152㎞까지 나왔다. 김광현의 투구 내용에서도 구속과 함께 제구력이 돋보였다. 5이닝 동안 불과 47개의 공을 던졌는데, 이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39개였다.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제구력의 증거다.

켈리는 SK의 선발 트로이카 중 가장 확실한 카드다. 이미 지난 3년간 꾸준히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검증을 마쳤기 때문이다. 사실 산체스나 김광현은 한 가지씩의 물음표를 달고 있다. 산체스는 KBO리그가 처음이라 향후 상대팀의 분석에 노출될 경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알 수 없다. 또 김광현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지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다. 조심스럽게 시즌을 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켈리는 리그 적응과 건강도 면에서 문제가 없는 카드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 24일 홈 개막전 선발 중책을 켈리에게 맡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켈리 역시 시범경기 2번의 등판을 통해 최고 152㎞의 강속구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 투구를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켈리의 시범경기 최고 구속도 '152㎞'였다. 세 명의 '152㎞ 선발 트리오'가 올해 SK를 어디까지 이끌고 갈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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