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10대1 인터뷰]김현수 "두산과 벤치클리어링? 먼저 나가야지요"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3-02 06:00


LG 트윈스의 새 식구가 된 김현수는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는 커리어 하이였던 2015년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LG 트윈스에서 김현수의 타격에 관해 이렇다 저렇다 논할 수 있는 인물 중 한 명이 신경식 타격코치다. 신 코치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두산 베어스 타격코치였다. 김현수가 최정상급 타자로 성장하던 시기다. 2013년 LG로 자리를 옮긴 신 코치는 올해부터 1군 타격코치로 활동한다. 김현수가 LG에 입단해 둘은 7년 만에 함께 한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서 만난 신 코치는 김현수의 타격에 대해 "미국에서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스윙 나오는 폭을 좁히고 빠르게 맞히는 쪽으로 연습하고 있다"면서 "고개가 가끔 앞으로 돌아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가장 좋은 폼과 감각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김현수에 관해서는 걱정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별다른 주문도 없다. 신 코치는 "두산 때부터 봐왔지 않나. 알아서 훈련하고 부족한 것은 알아서 채운다"며 믿음을 보냈다. LG 코치들은 특히 김현수의 성실함에 대해 혀를 내두를 정도다. 5번 스윙할 것을 7번 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두산 때도 그랬고, 미국 가서도 그랬다. 변한 것은 없다. 신 코치의 기대대로 김현수는 지난해 허약하기 그지없던 LG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의무'가 있다. 김현수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 신 코치는 "그래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현수는 최근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안타을 때리면서 타격감을 잡아나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단다. 그는 "감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다. 게임을 치르면서 좀더 집중해 감을 찾겠다"고 했다. 지난 27일 이시카와구장 덕아웃에서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경기를 마친 김현수와 '10대1 인터뷰'를 진행했다. LG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은 새 가족이 된 김현수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김현수의 솔직한 답변을 들어봤다.


김현수가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의 장난기 섞인 질문에 차분하게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대표팀에 같이 있을 때 내 펑고가 강해 받기 힘들다고 했는데, 앞으로 내가 펑고 해주면 잘 받을 수 있겠냐.(류중일 감독)

(웃으며)그때는 정말 강했어요. 여기서는 아직 안받아봐서 모르겠지만, 잘 받으려고 해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감독님이 안 쳐주셔도 될 것 같은데요? 코치님들이 많이 쳐주시고 계시잖아요.

-2년 전 해외진출을 선택할 때 왜 일본이 아닌 미국이었나. 그때 난 네가 '일본을 거쳐서 가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신경식 타격코치)

그때는 일본에서 오퍼 자체가 별로 없었어요. 일본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오퍼가 있었고. 에이전트가 미국 구단들과 얘기를 잘 했습니다. 코치님이 말씀하신 걸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일본을 먼저 갔다면 좋은 경험이 됐을 수도 있을거란 생각은 듭니다.

-우리와 두산이 벤치클리어링이 났을 때 제일 먼저 뛰쳐 나갈거냐.(유지현 수석코치가 웃으며 질문)


(크게 웃으며)제일 먼저 뛰어 나가야지요. 두산에 있을 때 LG랑 몇 번 그런 게 있었는데, 사실 제가 크게 관여하지는 않았어요. 나가기만 한 것 같은데, 여기에서는 그래도 나가서 막아야겠지요.

-현수야, 올해 2015년 너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이병규 타격코치, 김현수는 미국 진출 직전인 2015년 타율 3할2푼6리, 28홈런, 121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커리어하이였다)

(짐짓 신중한 얼굴로)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때 보다는 더 잘 하는 시즌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요. 코치님하고도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맞아도 안아픈 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임찬규, 최근 둘이 같이 있다가 김현수가 장난을 한 듯)

(폭소를 터뜨리며)내가 장난치면서 그런 것인데 별로 안아팠나 보구나. (기자에게)찬규가 우스갯소리로 한 것 같은데요. 찬규랑은 많이 친해졌어요. (친구인)우찬이랑 찬규가 친하니까 또 친해지고요.


전훈캠프에서 러닝 훈련을 하고 있는 김현수. 사진제공=LG 트윈스
-나하고 룸메이트인데 같이 방 쓰는 거 어떻게 생각하나. 또 하나 묻고 싶은 건 홈런 몇 개 칠 것인지.(차우찬)

나야 너하고 같이 쓰는 게 너무 좋지. 네가 1년 먼저 여기 왔잖아. 네 덕분에 선수들하고 금세 많이 친해지기도 했고. 난(룸페이트로 널)잘 선택했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너가 불만이 있을 지 모르겠다. 홈런은 글쎄? 몇 개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예전보다는 더 잘 하고 싶은 마음 뿐이야.

-미국 생활이 고생스러운 부분이 있었을텐데, 여기에 다시 와보니 어떤가.(이동현)

아무래도 대화가 잘 안통하고 제가 말이 안되는 곳이니까요. 그런 어려운 부분은 있었지요. LG에 와서는 무엇보다 선수들하고 재밌게 지내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고 미국 생활이 안좋았다는 건 아니고요. 아마 제가 좀더 잘 했으면서 더 재밌었겠지요.

-우리 팀에서 누가 제일 잘 생겼다고 생각하니. 나를 포함해서.(박용택)

무슨 당연한 질문을 하시는지요.(크게 웃은 뒤 잠시 생각을 하더니)형 말대로 형이 잘 생긴 것 같아요. 물론 윌슨도 잘 생겼고요.

-메이저리그 신고식은 어떻게 했나 궁금하다. 참고로 나는 노래하라고 시켜서 애국가를 불렀단다.(류제국, 류제국은 2006년 시카고 컵스에서 빅리그 데뷔했다)

팀마다 신고식을 하는데 그게 루키들에게는 의무사항이잖아요. 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휴대폰으로 틀어놓고 말춤을 췄답니다. 선수들이 무척 즐거워 하더라고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가장 잘 해주고 가장 친했던 팀메이트는 누구였나. 난 나라고 생각하는데.(타일러 윌슨)

물론 너하고 많이 친했지, 마크 트럼보와도 친했고. 두루두루 다 친했던 같은데 그래도 너랑 가장 친했어. 같이 식사도 하고, 네가 한국 음식을 잘 먹어서 그런지 친근감이 있었다. 네가 LG와 계약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이제 여기서 같이 하게 됐으니, 서로 잘 했으면 좋겠어.
오키나와=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김현수가 외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선수들의 훈련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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