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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밥상 인터뷰] '투클럽맨' 손주인 "LG 향한 사랑 두고 돌아갑니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02-04 19:50


LG에서 다시 친정 삼성으로 돌아간 손주인과 밥상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나유리 기자

스포츠에서 데뷔부터 은퇴까지 오직 한 팀에서만 뛴 선수를 두고 '원클럽맨'이라 부른다.

그 기준으로 봤을때 손주인은 데뷔 이후 2개의 팀에서 뛴 '투클럽맨'이다. 프로 생활을 하면서 팀을 옮기는 일은 대다수의 선수들이 경험하는 일이다. 하지만 손주인이 느끼는 감정은 조금 더 특별하다.

2012시즌이 끝난 후 자신의 첫 팀이었던 삼성 라이온즈를 떠날 때, 그는 "다시는 팀을 옮기는 경험을 하고싶지 않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두번째 팀인 LG 트윈스에서 전성기를 꽃피울 때는 "이팀에서 은퇴할 때까지 뛰겠다"고 마음 먹었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바람대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손주인은 지난해 11월말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친정팀 삼성의 부름을 다시 받았다.

선수 인생 후반기. 손주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래서 삼성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더더욱 새롭다. "만약 삼성이 아니었다면 은퇴를 택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만큼 두번째 이적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1월 중순 어느날. 스프링캠프 조기 출국을 앞둔 손주인을 만났다.

◇두번 이적은 없을 줄 알았는데…

-캠프 준비는 어떻게 했나.

개인 훈련을 열심히 했다. 아직 서울집 정리가 안돼서 이사는 못했는데, 처가가 대구라서 가족들이 먼저 대구에 내려갔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면서도 훈련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2차 드래프트로 갑자기 LG를 떠나게 됐다.


LG를 떠난 아쉬움은 굉장히 크다. 31살이 됐을 때 LG로 갔었는데, 그전까지 나는 삼성에서 10년 동안 야구도 못하고 존재감도 없는 선수였다. 그런데 LG에서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많이 받았고, 야구선수 손주인이라는 이름도 이전보다 더 알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LG에서 보낸 5년 동안 아쉬운 일들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좋은 추억들이 더 많이 남는다. LG에 고마운 분들이 참 많다. 특히 유지현 코치님께 그동안 마음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싶다.

-정을 많이 붙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예전에도 그랬다. 처음에는 삼성이 내 팀이기 때문에 '이 팀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트레이드가 됐고, 이번에도 'LG에서 은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소속팀에서 되도록 오래 뛰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다시 팀을 옮기게 돼서 속상한 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 의지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LG로 옮긴 후에 잘됐듯이, 이번에도 삼성 복귀가 그런 계기를 가져다줬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이브(12월 24일)에 생애 첫 팬미팅을 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삼성으로 복귀하게 됐으니까, 평소 응원해주시던 몇몇 LG팬분들께서 겸사겸사 해서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주신다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쑥스럽기도 하고 사람이 몇명이나 오겠나 싶어서 안하겠다고 했었다(웃음). 그러다 용기를 내서 수락했는데, 깜짝 반전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많이 노력했다. 팬들과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었는데 재밌었다. 한 번은 해볼만하더라(웃음). 내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였다. LG팬들께서 내게 마지막 선물을 주신 것 같다.

-오랜만에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기분이 어떤가.

아직까지는 팀에 정식으로 합류하지 않아서 실감은 나지 않는다. 친정팀이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많다보니 어색한 면도 있기는 한데,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 대부분 어릴 때부터 같이 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적응에는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고참이 되어 돌아왔으니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데 보탬이 되고싶다.


LG 시절 손주인. 스포츠조선DB
◇경쟁? 밀리지 않을 자신있다

-삼성에서의 야구 인생 후반부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삼성은 내가 처음 유니폼을 입었던 팀이기 때문에 항상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LG에 있을때 상대팀으로 만나도 그래서 더 즐겁게 경기할 수 있었다. 친정팀 유니폼을 다시 입게 돼서 정말 좋다. 20대때 삼성에 있을 때는 팀에 큰 도움이 되는 존재도 아니었고, 많이 부족했던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선배들도 거의 없는 고참이다. 후배들 잘 다독여서 은퇴하기 전까지 삼성이 왕조 시절을 재현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싶다. 정말 잘해야할 것 같다.

-친구이자 입단 동기인 조동찬과도 재회했다. 가장 반가워했나?

2002년 입단 동기들이 정말 많았는데 이제 다 떠나고 동찬이 하나 남았다. 우리 둘 뿐이다. 동찬이와 나는 같은 포지션이었지만, 라이벌은 아니었다. 어릴 때 동찬이가 나보다 훌륭한 선수였고, 늘 내 위에 있었기 때문에 동찬이를 보면서 더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다. 이제는 동찬이도 나도 팀을 더 생각할 때다. 얼마 전 동찬이를 만났는데 김한수 감독님이 작년에 많이 힘드셨다고 하더라. 올해는 더 편해지실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할 것 같다. 우리 둘이 힘을 모아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김한수 감독과의 재회도 인상깊다.

어릴 때부터 존경하는 분이었다. 내가 처음 삼성에 입단했을 때 감독님은 1군 스타였고, 나는 2군 선수라 함께 경기를 많이 뛰지는 못했다. 그래도 가끔 1군에 올라가면 당시 김한수 선배님이 야구하는 모습이나 인간적인 면모를 보면서 같은 남자로서 정말 멋있다고 감탄했다. 감독님의 예전 별명이 '소리없는 강자'였는데,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었다. 닮고 싶었다. 은퇴하신 후 코치 생활 하실 때도 많은 조언을 해주셨고, 내가 팀을 옮기고 나서도 가끔씩 통화하면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던 분이다. 그런 분과 감독과 선수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내게 큰 행운이다.

-삼성에서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어린 후배들과 포지션 경쟁을 펼쳐야한다.

야구장에서는 나이가 없다. 잘하는 선수가 경기에 나갈 뿐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후배들이 내게 조언을 구하면 도와주기 위해 노력할거고, 나 역시 후배들에게 배울 점이 있으면 본받으려 한다. LG에서부터 경쟁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 물론 LG에서는 내가 자리를 잡은 상태에서 후배들이 치고 올라왔다면, 삼성에서는 반대로 내가 후배들에게 도전하는 입장이 됐다.


2005년 삼성시절의 손주인. 스포츠조선DB
-올 시즌 어떻게 보내야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까.

내가 잘하고, 팀도 잘하면 가장 좋다. 그래도 '손주인이 와서 삼성이 더 좋아졌다'는 말은 들어야하지 않을까. 나이 먹은 사람 데리고 와서 도움 안되면 구단도 입장이 난처할 것이다. 만약 삼성으로 오는 것이 아니었다면 나는 은퇴를 택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각오가 남다르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항상 야구장에서 열심히 하고, 간절한 선수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팬들께서 야구장에서 잘 웃지 않는다고 무서워 보인다고도 하시는데, 내딴에는 진지하게 잘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웃음). 내게 주어진 기회나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팀을 옮기면서 느낀 마음을 절대 잊지 않겠다. 내가 뛰는 동안, 삼성이 다시 '왕조' 시절의 기세를 되찾기를 바란다. 나 역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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