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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1차 지명선수, 주전 도약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2-01 20:11


2012년 한화 이글스에 지명된 하주석이 당시 노재덕 단장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스포츠조선 DB

2012년 신인 1차 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함께 했다.스포츠조선 DB

2017년 넥센 히어로즈가 1차 지명한 이정후가 유니폼을 걸치고 있다. 최문영 기자

야구하는 아들을 둔 프로야구 선수, 지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선수, 지도자로 성공했는데도 "아이가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말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취미가 아닌 직업 야구선수로 자리잡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초등학교 3~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중고등학교 엘리트 코스를 거친 선수들이 프로의 문을 두드리는데, 일단 신인 드래프트의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신인 2차 드래프트 대상 선수는 964명. 이 중 10% 정도가 프로팀에 호명됐다. 1차 지명선수 10명까지 포함해 매년 100여명이 프로에 진입하고, 그만큼 기존 선수가 팀을 떠난다. 어렵게 1차 관문을 통과해 프로 선수가 된다고 해도, 본격적인 경쟁은 이 시점에서 시작된다. 1군 엔트리는 27명. 주전급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빠르게 자리잡지 못하면, 새 얼굴에 밀리게 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아마야구에서 실력을 뽐내고, 잠재력을 인정받은 유망주도 마찬가지다. 아마 시절 성적, 기량은 어디까지나 성공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간 프로 1차 지명, 우선 지명 선수는 총 97명. 신생팀 NC와 kt는 2012~2013년, 2014~2015년 각각 2년씩 우선 지명으로 한해 2명씩 뽑았다. 2012년 노성호 이민호, 2013년 윤형배 이성민이 NC, 2014년 심재민 류희운, 2015년 주 권 홍성무가 kt 유니폼을 입었다.

매년 구단별 상황에 따라 포인트가 달라지긴 해도, 1차 지명의 의미는 크다. 프로야구 스카우트들은 1년 내내 신인 드래프트 대상 선수를 주시하며 체크하고 분석한다. 구단의 미래가 달린 작업이다.


경남고 시절 한현희의 투구 모습. 스포츠조선 DB
하지만 1차 지명에 담긴 기대만큼 성공률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97명 중 지난해까지 소속팀에서 주전급으로 1군 경기에 꾸준히 출전했거나, 올해 1군에서 활약이 예상되는 선수는 20명 안팎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선수를 대략 살펴보자. 2008년 롯데 1차 지명선수인 장성우(kt)를 비롯해 2009년 오지환(LG), 김상수(삼성), 2010년 신정락(LG) 문광은(SK) 심동섭(KIA), 2011년 임찬규(LG) 심창민(삼성), 2012년 한현희(넥센) 이민호 박민우(이상 NC) 하주석(한화), 2013년 정 현(삼성→kt),2014년 박세웅(kt→롯데) 심재민(kt) 임지섭(LG), 2015년 최원태(넥센) 엄상백(kt), 2016년 김대현(LG) 최충연(삼성), 2017년 이정후(넥센) 정도다. 지난 10년 간 최고 유망주로 꼽힌 선수 중 약 20%가 자리를 잡은 셈이다.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가 더 많다. 황건주(2008년 SK)와 한주성(2014년 두산)은 1군 출전 기록이 없다. 전우엽(전태현·2008년 KIA)은 2008~2010년 16경기에서 2승5패-평균자책점 5.80, 정성철(2009년 KIA)은 첫해 11경기에서 1패-평균자책점 7.94를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박상규(2008년 한화)는 5게임에서 6타수 1안타, 최현진(2011년 두산)은 1경기 등판에 그쳤다. 전면 드래프트가 실시된 2011년 전체 1위로 한화에 입단한 유창식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유니폼을 벗었다.


아마 시절 이름값이 프로에서 실제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결과다. 경쟁이 치열한 프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프로로서 멘탈을 갖추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아마 시절 혹사에 따른 부상도 영향이 크다. 대다수 구단이 투수를 1차 지명하는데, 이름값이 높은 선수
2014년 우선지명과 1차지명을 받은 선수들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정재근 기자
라 부상을 안고 입단하는 경우가 많다. 지명하기 전에 몸 상태를 검사할 수 없는 구조다 보니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

SK 단장을 역임한 민경삼 KBO 육성위원회 부위원장은 "프로 입단 직후 수술을 받는 선수가 많다. 고교팀들이 코치를 2~3명씩 두고 기술적인 면에 집중하는데, 정말 필요한 건 트레이너다. 전문 트레이너를 두고 선수 몸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에 비해 고교야구 수준이 떨어져 1차 지명급이 아닌데도, 뽑히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상위 지명선수는 뛰어난 자질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잠재력을 키우려면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감독과 구단 프런트 간에 인식차가 있을 수 있다. 구단이 고민해 뽑은 선수를 코칭스태프가 외면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고졸 루키 이정후를 개막전부터 계속해 기용했다.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전폭적인 신뢰, 꾸준한 기회가 이정후를 슈퍼 루키로 만들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KBO리그 구단별 1차 지명 선수

연도=두산=LG=SK=삼성=롯데=한화=KIA=넥센=NC=kt

2008=진야곱=이형종=황건주=우동균=장성우=박상규=전태현=-=-=-=

2009=성영훈=오지환=김태훈=김상수=오병일=김회성=정성철=강윤구=-=-=

2010=장민익=신정락=문광은=임진우=홍재영=김용주=심동섭=김정훈=-=-=

2011=최현진=임찬규=서진용=심창민=김명성=유창식=한승혁=윤지웅=-=-=

2012=윤명준=조윤준=문승원=이현동=김원중=하주석=박지훈=한현희=박민우=-=

2013=김인태=강승호=이경재=정 현=송주은=조지훈=손동욱=조상우=장현식=-=

2014=한주성=임지섭=이건욱=이수민=김유영=황영국=차명진=임병욱=강민국=박세웅

2015=남경호=김재성=이현석=김영한=강동관=김범수=이민우=최원태=이호중=엄상백

2016=이영하=김대현=정동윤=최충연=박종무=김주현=김현준=주효상=박준영=박세진

2017=최동현=고우석=이원준=장지훈=윤성빈=김병현=유승철=이정후=김태현=조병욱

※2010~2013년 전면 드래프트, 2010년 신정락-2011년 유창식 전체 1순위. NC 우선지명 2012년 노성호 이민호-2013년 NC 윤형배 이성민. kt 우선지명 2014년 심재민 류희운-2015년 주 권 홍성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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