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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앤드레이드, FA 규정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하지만 채태인이 넥센과 사인을 한 뒤, 트레이드 형식을 취하면 보상금 문제가 해결된다. 넥센은 유망주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보상금 9억원보다는 적은 현금도 더해질 수 있다. 지난 시즌 넥센이 윤석민(kt 위즈) 김세현(KIA 타이거즈) 등을 트레이드 하며 유망주를 수집했는데, 여기에 돈이 오가지 않았다고 믿는 야구인은 아무도 없다. 넥센은 지난해 다른 구단에도 선수 트레이드를 제시하며 유망주와 돈을 요구했었다. 넥센 입장에서는 비싼 보상금 때문에 박병호 가세로 활용도가 떨어질 채태인이 팀을 못옮기자 사인앤트레이드 제안이 솔깃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인앤트레이드가 편법으로 악용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채태인이 넥센과 협상하고 계약해 트레이드 될 일은 절대 없다. 이미 롯데쪽과 몸값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거나, 했을 것이다. 롯데는 2년이든 3년이든 사실상의 FA 계약에 준하는 금액을 채태인에 안길 것이다. 보상선수와 보상금 문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이런 편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FA 계약을 하면 20인 보호선수 외 1명을 내줘야 하지만, 이렇게 구단간 합의를 하면 협상을 통해 선수 유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시작이 어렵다. 그래서 이번 사인앤트레이드가 성사되면, 앞으로의 FA 시장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인앤트레이드가 성행할 수 있다. 중저가 FA 선수들을 두고 구단들이 이런 편법을 쓸 게 뻔해진다. FA 등급제 등 제도적 보완이 하루 빨리 필요해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