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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점점 더 정교해지면서, 외국인 투수를 고르는 기준도 훨씬 까다로워졌다. 이제는 아무리 빅리그 출신이라 해도 불펜 경력만 놓고서는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각 구단의 외국인 선수 구성도 이런 점을 충실히 반영했다.
맨쉽은 메이저리그 통산 등판한 157경기 중 선발로 나섰던 경기가 10경기 뿐인 불펜 전문 요원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과거 선발로도 많은 경기를 소화했지만, NC와 계약하기 전 3시즌은 불펜 등판에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췄다. 결국 짧게 자주 던지는 불펜 투수와 달리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것이 팔꿈치에 무리를 줬고, 부상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시즌까지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데이비드 허프도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대부분 불펜이었다. 물론 허프는 LG의 1선발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한번도 풀타임을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다. 작년 초에도 개막 직전 무릎,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며 2개월 넘게 등판하지 못했다. 선발투수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펠릭스 듀브론트나 SK 와이번스의 앙헬 산체스, 외국인 선수의 부진으로 지난 2시즌 동안 속앓이를 단단히 한 삼성 라이온즈가 영입한 팀 아델만 등 투수들 모두 선발 위주로 경력을 쌓아왔다. LG가 허프 대신 계약한 타일러 윌슨도 이닝이터형 선발 요원이고, 한화 이글스가 택한 제이슨 휠러-키버스 샘슨 역시 선발 경험이 풍부하다. 두산 베어스의 세스 후랭코프도 빅리그 등판 경험은 단 1경기 뿐이지만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했다는 점이 안정적이다.
A 단장은 "커리어가 화려하고 이름값 있는 투수를 영입해도, 불펜 전문 요원이면 위험성이 큰 것 같다. 최근 사례들을 참고해 선발에 특화된 선수들을 찾는데 집중했다"고 설명을 보탰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