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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정성훈(37)은 30일 발표된 보류선수 명단에 이름이 없었다. 이미 며칠 전 LG는 정성훈을 아무 조건 없이 풀어준다고 발표했다. 말이 좋아 자유계약 신분이지 쓸모가 없기 때문에 방출한다는 의미다.
프로야구 선수는 야구규약에 따라 선수연금에 가입하는데, 연간 보험료를 120만원씩 총 10년간 납입토록 돼 있다. KBO와 선수가 절반씩을 낸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 중간에 일시불로 받고 계약을 해지하기도 한다. 10년을 채운 선수들은 은퇴 후 최소 3년 거치 기간을 두고 만 45세 이후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 지급방식은 종신형과 확장형이 있는데, 종신형의 경우 사망할 때까지 변동 금리에 따라 매달 14만~15만원을 받는다. 사실 생계에 큰 보탬이 될 정도는 아니다. 물론 선수 개인의 능력에 따라 노후 보장 보험은 얼마든지 들 수 있다.
이런 각박한 현실에서 박수받으며 유니폼을 벗는다면 매우 축복받은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올시즌 후 이승엽(41)은 23년간의 프로야구 인생을 뒤로 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인생은 이호준처럼'의 주인공 이호준(41)도 24년간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 새 길을 준비중이다. 올해 부상 때문에 마운드에 서지 못한 정대현(39)도 은퇴를 선언하고 일본으로 지도자 연수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처럼 1군서 이름을 날렸다면 은퇴 후 삶의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은퇴선수를 위한 모임이나 단체가 있어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은퇴 후 인생은 본인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 절대적으로 크다.
돈이 됐든 명예가 됐든, 은퇴 후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으려면 역시 실력을 앞세운 선수 생활, 그리고 멋진 은퇴가 전제돼야 한다. 이는 직업 선수의 숙명이다.
은퇴라는 부문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를 꼽으라면 선동열 현 대표팀 감독(54)이다. 선동열의 현역 마지막 시즌은 1999년 주니치 드래곤즈에서다. 그해 28세이브, 평균자책점 1.32로 우승에 기여한 선동열은 이듬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지만 결국 과감히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그의 나이 36세였다. 선동열은 은퇴 후 KBO 홍보위원을 거쳐 삼성 라이온즈 코치와 감독, KIA 타이거즈 감독을 지냈고 지난 7월 대표팀 전임감독제에 따라 국가대표 감독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황금의 왼팔'로 불리는 샌디 쿠팩스(82)가 은퇴의 전설로 기억된다. 쿠팩스는 1955년부터 1966년까지 12년간 LA 다저스에서 활약했다. 사이영상을 3차례 수상했고, 6년 연속 올스타에 출전하며 당대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그러나 그는 1966년 시즌을 마치고 31세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팔꿈치가 아파 더 이상 던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실상은 선수 생활의 압박감과 당시만 해도 구단에 종속돼 이끌려 다녀야 했던 현실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마지막 시즌 거둔 성적(27승9패, 27완투, 5완봉승, 평균자책점 1.73)은 놀랍기만 하다. 쿠팩스는 은퇴 후 한동안 방송 해설에 매진했고, 이후 다저스 마이너리그 코치와 구단 고문 등을 역임했다.
은퇴의 이유와 환경은 선수마다 달라도 유니폼을 멋지게 벗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이날 보류선수 명단서 제외된 선수들의 건투를 바라는 마음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