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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과 은퇴 후의 현실,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7-11-30 14:26 | 최종수정 2017-11-30 20:07

이승엽처럼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은 이후의 삶도 안정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프로야수 선수들 대부분은 방출과 같은 가슴아픈 일을 겪으며 유니폼을 벗는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LG 트윈스 정성훈(37)은 30일 발표된 보류선수 명단에 이름이 없었다. 이미 며칠 전 LG는 정성훈을 아무 조건 없이 풀어준다고 발표했다. 말이 좋아 자유계약 신분이지 쓸모가 없기 때문에 방출한다는 의미다.

정성훈처럼 효용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프로야구를 떠나는 선수는 한 해 100여명에 이른다. 이날 10개 구단서 총 79명의 선수가 방출됐다. 매년 구단별로 신인 및 육성선수 10~15명이 입단하니 그만큼의 숫자가 나간다고 보면 된다. 이들은 혹시 모를 재취업 기회를 살펴보지만, 대부분은 은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물론 코치나 해설위원으로 자리를 잡는가 하면, 해외로 지도자 연수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도 운이 좋아야 하고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하니 매우 제한적이다.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한 선수들이 더 많다. 은퇴 선수들의 진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도 아니다.

은퇴 위기에 몰린 선수들이 1년이라도 더 유니폼을 입으려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기록이나 우승과 같은 명예욕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실적인 문제로 은퇴를 망설인다. 1군 주전으로 뛰면 몇 억원이 보장되고, 웬만하면 50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하루 아침에 관두는 일은 참으로 가혹하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패자(敗者)이니 당연히 감수해야 할 바로 그 현실이다. "이제 그만하라"는 구단의 강요에 맞서 싸우기도 힘들다.

프로야구 선수는 야구규약에 따라 선수연금에 가입하는데, 연간 보험료를 120만원씩 총 10년간 납입토록 돼 있다. KBO와 선수가 절반씩을 낸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 중간에 일시불로 받고 계약을 해지하기도 한다. 10년을 채운 선수들은 은퇴 후 최소 3년 거치 기간을 두고 만 45세 이후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 지급방식은 종신형과 확장형이 있는데, 종신형의 경우 사망할 때까지 변동 금리에 따라 매달 14만~15만원을 받는다. 사실 생계에 큰 보탬이 될 정도는 아니다. 물론 선수 개인의 능력에 따라 노후 보장 보험은 얼마든지 들 수 있다.

이런 각박한 현실에서 박수받으며 유니폼을 벗는다면 매우 축복받은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올시즌 후 이승엽(41)은 23년간의 프로야구 인생을 뒤로 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인생은 이호준처럼'의 주인공 이호준(41)도 24년간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 새 길을 준비중이다. 올해 부상 때문에 마운드에 서지 못한 정대현(39)도 은퇴를 선언하고 일본으로 지도자 연수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오랫동안 주력 선수로 활약했다. 실력을 통해 부와 명예를 모두 얻는데 성공했다. 이승엽은 설명이 필요없는 KBO리그의 슈퍼스타다. 각종 홈런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이름을 떨쳤다. 국가를 대표해서는 굵직한 국제대회서 결정적인 홈런을 숱하게 날렸다. 이호준은 통산 2053경기에 출전해 337홈런, 1265타점을 때렸다. 해태 타이거즈, SK 와이번스, NC 다이노스에서 간판타자로 뛰었다. 정대현은 2007~2011년 'SK 왕조'를 마운드에서 이끌었고, 통산 106세이브와 121홀드를 마크하며 불펜투수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이들처럼 1군서 이름을 날렸다면 은퇴 후 삶의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은퇴선수를 위한 모임이나 단체가 있어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은퇴 후 인생은 본인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 절대적으로 크다.

돈이 됐든 명예가 됐든, 은퇴 후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으려면 역시 실력을 앞세운 선수 생활, 그리고 멋진 은퇴가 전제돼야 한다. 이는 직업 선수의 숙명이다.


은퇴라는 부문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를 꼽으라면 선동열 현 대표팀 감독(54)이다. 선동열의 현역 마지막 시즌은 1999년 주니치 드래곤즈에서다. 그해 28세이브, 평균자책점 1.32로 우승에 기여한 선동열은 이듬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기도 했지만 결국 과감히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그의 나이 36세였다. 선동열은 은퇴 후 KBO 홍보위원을 거쳐 삼성 라이온즈 코치와 감독, KIA 타이거즈 감독을 지냈고 지난 7월 대표팀 전임감독제에 따라 국가대표 감독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황금의 왼팔'로 불리는 샌디 쿠팩스(82)가 은퇴의 전설로 기억된다. 쿠팩스는 1955년부터 1966년까지 12년간 LA 다저스에서 활약했다. 사이영상을 3차례 수상했고, 6년 연속 올스타에 출전하며 당대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그러나 그는 1966년 시즌을 마치고 31세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팔꿈치가 아파 더 이상 던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실상은 선수 생활의 압박감과 당시만 해도 구단에 종속돼 이끌려 다녀야 했던 현실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마지막 시즌 거둔 성적(27승9패, 27완투, 5완봉승, 평균자책점 1.73)은 놀랍기만 하다. 쿠팩스는 은퇴 후 한동안 방송 해설에 매진했고, 이후 다저스 마이너리그 코치와 구단 고문 등을 역임했다.

은퇴의 이유와 환경은 선수마다 달라도 유니폼을 멋지게 벗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이날 보류선수 명단서 제외된 선수들의 건투를 바라는 마음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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