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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의 일구일언(一球一言)] '밀당'의 대가 김기태, 감독 리더십 트렌드 바꿀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10-31 15:38 | 최종수정 2017-11-01 16:17


10월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KS) 5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KIA가 두산에 7대 6으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두산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확정 후 팬들에게 인사를 건내고 있는 김기태 감독.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0.30

KIA 타이거즈의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끈 김기태 감독(48), 프로야구 감독 리더십의 트렌드까지 바꿔놓을까.

KIA가 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사상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전통의 전국구 인기팀 KIA 우승을 많은 팬들이 목놓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라마같은 승리로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몇 년간 KIA는 우승과 거리가 먼 팀이었다. 2009년 우승 후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그 사이 삼성 라이온즈가 류중일 감독과 함께하며 2010년대 초반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삼성 왕조가 막을 내리니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하며 새 왕조를 구축하는 듯 했다. KIA가 승승장구하던 두산의 기세를 꺾었다.

김 감독이 팀을 맡고 3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가 지휘봉을 잡았을 때 전력도 전력이지만, 하나의 팀으로 뭉쳐진 느낌이 부족한 KIA였다. 스타들은 많아도, 성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랬던 팀이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 트윈스와 명승부를 벌이더니, 올해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그래서 김 감독의 리더십이 더 주목을 받는다.

김 감독은 KIA에 오기 전 LG 트윈스를 지휘했다. 지난 2013년에 팀을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2002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모래알 팀'이라는 오명을 썼던 LG를 바꾼 게 김 감독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이병규(은퇴) 박용택 정성훈 봉중근 이진영(현 kt 위즈) 등 베테랑들을 존중해주면서 확실하게 역할을 부여했다. 이와 함께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팀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정의윤(SK 와이번스)이라는 미완의 대기를 LG 역사상 가장 잘 활용한 감독이 김 감독이다. 정의윤은 2013 시즌 중반부터 4번 타자로 출전해 100안타-47타점을 기록했다. 정의윤은 김 감독 시절을 돌아보며 "못쳐도 계속 믿고 4번으로 내보내주셨다. 자신감이 생기더라. 눈치보지 않고 정말 신나게 야구를 했다"고 말했다.

타이거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멤버를 보면 화려함 그 자체다. 이 특급 스타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했다. 그 가운데 임기영 김윤동 정용운 임기준 박진태 최원준 등 젊은 선수들도 꾸준히 키워냈다.

훈련 때는 늘 선수들과 함께 호흡한다. 농담을 걸고, 펑고를 직접 쳐준다. 같은 동네 옆집 형처럼 선수들을 대한다. 그러나 정해진 원칙에서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선수에겐 가차 없이 철퇴를 내린다. 그리고 야구 예절을 엄격하게 지키게 한다. 이는 베테랑이고, 스타 선수이고 예외가 없다. '김기태 리더십'의 매우 중요한 요소다.

모든 결정권을 갖고있는 감독은 권위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권위만 내세워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프로야구 선수들은 100억원대 몸값을 자랑한다. '머리 큰' 선수가 많아졌다. 이런 '거물' 선수들에게 강압적 태도를 보이면 절대 따르지 않는다. 때리고, 맞으며 야구하던 시절은 먼 얘기다.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와 두산의 경기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KIA가 7-6으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됐다. 김기태 감독이 김주형과 포옹을 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0.30/

그렇다고 친근하게만 대해도 문제다. 선수들이 감독을 너무 쉽게 보면, 팀 전체가 긴장감을 잃는다. '나는 이렇게 잘 하는 선수인데, 설마 저 감독이 나를 뺄 수 있겠나'라는 생각을 몇몇 선수가 갖는 순간 팀은 망가진다. 그런 선수를 쳐내지 못하면, 나머지 백업 선수들은 동력을 잃는다.

김 감독은 옛날 야구와 선진 야구가 만나며 과도에 들어가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특성, 그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잘하고 있다.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지만, 나태해지지 않게 만든다. "감독님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한다"며 선수들이 자신을 따르게 만든다. LG, KIA 뿐만 아니라 다른 팀 선수들까지 "김기태 감독님과 야구를 함께 해보고 싶다"고 말하다. '김기태 리더십'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이 만들며 이슈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12년 상대 투수 교체에 불만을 품고 1군 데뷔도 못한 신인투수를 타석에 세워 지탄을 받았다. KIA에선 3피트 규정에 항의하다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만루 위기 상황에서 3루수 이범호를 포수 뒤에 배치하는 초유의 시프트를 시도하려다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올해도 실험적인 선수 기용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우승 감독이 됐으니, 이런 해프닝은 추억으로 돌이킬 수 있다. 김 감독도 이런 사건들을 통해 더욱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김 감독의 인간적인 리더십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하지만 지략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김 감독은 선수, 코치로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하지 못했다. 이런 '한국시리즈 초짜'가 감독으로서 첫 도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용병술은 상대를 압도했다. 부족한 경험을 메우기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1일 구단과 3년간 총액 20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에 재계약했다. 3년 전 3년-10억원(계약금 2억5000만원, 연봉 2억5000만원)에 사인했는데, 몸값이 두배로 뛰었다. 총액 기준으로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상 21억원)에 이은 역대 3위 금액이다. 우승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기도 하지만, 김 감독이 명장 대열에 올라섰다는 의미가 담긴 계약 조건이다.

앞으로 길게 펼쳐질 김기태 감독 야구가 기대된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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