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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의 일구일언(一球一言)] 진정한 프로 손시헌, 비난 아닌 칭찬 받야야 한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10-16 11:32


2017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NC다이노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5일 경남 창원의 마산야구장에서 열렸다. NC 손시헌이 3회말 1사 1,3루에서 1타점 희생플라이를 치고 있다.
창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10.05/

"롯데에 8승8패만 해도 억울할 것 같다."

이 한 마디가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지는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NC 다이노스 손시헌은 올해 봄 개최된 프로야구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롯데에 8승8패만 해도 억울할 것 같다"고 했다. NC는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 16경기 15승1패로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2015 시즌에도 11승5패로 앞섰다. 손시헌이 아니라 NC에 관계된 누구라도 15승을 거뒀던 팀에 더 많이 진다면 억울할 게 당연했다.

미디어데이는 돌아오는 시즌 목표와 포부를 밝히는 자리다. 손시헌이 롯데를 비아냥거릴 의도였다면 모르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아니, 오히려 잘한 발언이었다. 미디어데이 행사 특성상, 이런 도발이 나와야 지켜보는 사람도 재밌다. 나오기 싫은 자리 억지로 끌려나온 듯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생각을 안해봤다" 등의 말만 한다면 미디어데이를 진행하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런데 프로 선수로서 자신의 책무를 다한 선수가 한 시즌 내내 고통을 받았다. 롯데가 한 경기라도 NC에 이기면 손시헌 욕부터 들렸다. NC가 올시즌 롯데에 상대전적 7승9패로 밀리면서부터 손시헌에 대한 비난과 조롱은 더욱 심해졌다.

급기야 NC와 롯데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됐다. 손시헌은 롯데와의 악연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선수 본인은 티를 안내려고 애썼겠지만, 이와 관련된 잡념들로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었을 게 뻔하다.

그런 가운데 NC가 롯데를 꺾었다. 손시헌 개인 활약은 미미했지만, 어찌됐든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 자리에서 큰 실수 없이 시리즈를 마쳤다. 아마도 손시헌에게는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보다 더 힘들었을 게 롯데와의 일전이었는데, 큰 부담을 덜어냈을 것이다.

손시헌 뿐 아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도 '6절못'으로 고통받았다. 최형우는 KIA가 두산 베어스에 정규시즌 6경기 차이로 앞선 시점 "6경기 차이는 뒤집기 힘들다"는 내용이 인터뷰를 했다. 그 때만 해도 당연히 그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KIA의 부진과 두산의 상승세가 동반되며 동률 상황까지 갔고, 이에 대해 최형우가 설레발을 쳤다며 다시 조롱이 이어졌다. KIA가 우승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2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면 최형우는 더 큰 고통을 받을 뻔 했다.

소위 말하는 '댓글 여론'이 문제다. 익명의 세상에서 한 사람을 매장시키기 참 쉬운 구조다. '당사자들이 이를 안보면 되고 신경쓰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얘기하지만, 이런 민감한 일에 당사자가 되보지 않았다면 쉽게 말하면 안된다. 아무 죄의식 없이, 타인을 비난하고 조롱할 때 그걸 당하는 사람은 상상 이상의 상처를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어떤 선수도 팬들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내년 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누가 멋드러진 포부를 밝히고, 상대를 도발할 지 의문이다. 그러면 '이렇게 재미없는 미디어데이는 뭐하러 하느냐'고 비난할 팬들의 반응이 나올 게 뻔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선수가 상대에 강한 도발을 하면 "멋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못하느냐"고 하던 팬들이다.

감독, 선수들의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가장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바로 야구팬들이다. 하지만 요즘은 야구팬들이 그들이 어떤 말도 못하게 막고 있다. 그래서 이번 손시헌 논란은 바로 잡혀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프로선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 손시헌은 비난이 아니라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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