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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홍성흔의 기적, ML 샌디에이고 정식 코치 된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9-19 08:38 | 최종수정 2017-09-19 09:26



"미국에서 정식 코치로 인정받고 싶다."

2017년 4월 30일 잠실구장. 이날 두산 베어스 레전드 홍성흔의 은퇴식이 열렸다.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루키팀 인턴코치로 코치 연수를 받던 홍성흔은 은퇴 세리머니를 위해 잠시 한국을 찾았다. 미래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당차게

"미국에서 정식 코치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당시에는 누구도 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남들 다 하는 미국 연수를 받고 돌아와 코치 생활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성흔의 이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낯선 곳에서 치열하게 노력했다. 그리고 약 5달이 지난 뒤, 그는 샌디에이고 구단으로부터 정식 코치 제의를 받게 됐다.

홍성흔이 메이저리그 구단 코치가 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루키팀 인턴코치 역할을 하던 홍성흔은 며칠 전 구단으로부터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었다. A.J.프렐러 단장이 직접 홍성흔을 찾아왔다. 아직 루키팀의 시즌 일정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 프렐러 단장은 그에게 "파드리스의 정식 코치가 되어달라"고 말했다.

홍성흔은 내년 시즌부터 샌디에이고 정식 코치로 일한다. 아직 구단은 정해지지 않았다. 코치로서 '루키'인만큼 당장 빅리그에서 활약할 수는 없지만 매우 파격적인 대우다. 프렐러 단장은 홍성흔에게 "어느 팀에서 일하고 싶은 지 알려달라. 의사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홍성흔은 프렐러 단장에게 "그런 것 없다. 구단이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팀이 있다면 그 곳으로 보내달라. 거기서 내 힘을 다 쏟아보겠다"고 화답했다.

보직은 배터리 코치다. 홍성흔은 현역 생활 후반부를 지명타자로 뛰었지만, 포수 마스크를 벗기 전까지 국가대표 안방마님이었다. 올해 루키팀에선 배터리 파트에서 일하면서 타격 파트도 보조했다. 자신의 강점을 모두 살릴 수 있었다.

홍성흔이 정식 코치로 데뷔하면, 한국 야구의 새 역사가 된다.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2005년 사키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본 경험이 있다. 당시 이 전 감독은 팀에서 코치 대우를 받았다. 코칭스태프 미팅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정식 직함은 '불펜 캐처'였다. 볼펜 코치를 돕는 조력자 역할로 화이트삭스를 포함한 몇 개 팀만 갖고 있던 보직이었다. 물론, 이 전 감독을 메이저리그 최초의 한국인 코치로 봐도 무방하겠지만, 정식 코치직 계약을 하게 된 홍성흔도 최초 사례로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렇다면 수많은 능력자들이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홍성흔이 한 시즌을 마치기도 전에 인정받은 원동력은 무엇일까. 한국에서의 그 것과 똑같다. 홍성흔 특유의 긍정 기운, 그리고 파이팅이다. 홍성흔은 "인턴 코치가, 그 것도 타국에서 온 초보 지도자가 바로 정식 코치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하더라. 이 곳은 정말 냉정하다. 최근 코치 5명이 옷벗는 걸 봤다. 그런데도 구단에서 나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해줬다"며 "처음에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어린 선수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늘 긍정의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힘썼는데 그 부분을 좋게 봐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난하러 온 게 아니었다. 미국에서 지도자로 성공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왔다. 3년 동안은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 안에 정식 코치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데 생갭다 빨리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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