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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좌타자엔 좌투수, 우타자엔 우투수 투입을 표현하는 좌-우 놀이. LG 트윈스의 좌-우 놀이 집착이 결국 대참사로 이어졌다.
야구를 하다보면 점수를 줄 수도 있고,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아쉬웠다. 좌완 필승조 진해수가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았다. 이후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1점차도 아닌 2점차. 여기에 진해수는 후반기 LG에서 가장 믿을 만한 불펜이다. 그러나 안타 1개 맞아 윤석민 상대를 앞두고 신정락과 교체됐다. 우타자 윤석민에 대비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신정락이 긴장되는 상황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며 윤석민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어진 타자는 유한준. 그러자 LG는 또 다시 정찬헌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1사 후 3타자를 상대하는 데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 3명을 쓰게 된 것이다.
LG는 8회말 정성훈의 1타점 적시타와 이형종의 기적과 같은 스리런포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1이닝. 그러나 8회 등판한 김지용에 선두 로하스에게 3루타를 허용했다. 그러자 곧바로 투수가 이동현으로 교체됐다. LG 불펜에는 더이상 몸을 푸는 투수가 없었다. 엔트리에는 고우석 임정우 손주영 등 등판가능한 투수들이 있었지만, 이동현이 믿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의미였다.
동점을 주는 것까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손주인의 치명적 실책에 LG는 역전을 내줬고 이동현도 힘이 빠졌다. LG는 9회말 반전을 위해 어떻게라도 실점을 최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던질 투수가 없었다. 이동현을 고집하다 결국 9회 실점이 9점까지 늘었다. kt 타자들은 힘이 떨어진 이동현의 공을 아예 받혀놓고 때렸다.
결국 8회 불펜 운용이 악몽의 시작이 됐다. 이날 경기만 그랬다면 아쉬움이 덜했겠지만, LG는 올시즌 내내 불펜 투수들의 고정 역할 없이 반복되는 좌-우 놀이에 지쳤고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든 경기도 속출했었다. 그리고 결국 이날 대참사가 일어났다. 마땅한 마무리가 없는 상황에 고육지책이라 이해해볼 수 있겠지만, 이날 패배는 LG에 너무나 뼈아팠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