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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 비의 방해도 이겨낸 LG-넥센의 사랑(?) 행보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8-20 11:07



8월19일 잠실구장. 넥센 히어로즈가 고척스카이돔에서 9회초 승리를 앞둔 장면이 중계되고 있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답답한 경기를 하던 LG 트윈스가 7회말 역전 찬스를 잡았다. 제임스 로니의 역전 결승 2타점 2루타가 터지고 몇 초 뒤, 넥센 마무리 한현희가 NC 다이노스 강진성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환호했다. 그리고 잠시 후 LG도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2연패에서 탈출했다.

최근 LG와 넥센팬들은 경기 결과를 알고 본다고 한다. 한 팀이 이기고 있으면, 나머지 한 팀이 지고 있어도 이길 거라 믿고 기다린다. 또, 한 팀이 먼저 패하면 다른 팀 팬들도 그냥 체념한다. 놀라운 평행 이론 때문이다. 19일 뿐 아니었다. 18일 LG가 SK 와이번스전에서 패배가 확정되는 순간, 경기를 잘 풀던 넥센은 상대 최준석에게 믿기 힘든 동점 홈런포를 얻어맞았다. 그리고 연장 승부 끝 패했다. 야구팬들은 이틀 연속 양팀의 경기 결과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두 경기 뿐 아니다. 사실 양팀의 평행 이론은 일찍부터 조명을 받았다. 양팀은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3연전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LG가 첫 날 패배 후 두 번 연속 4대3 승리를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맞대결에서는 승패가 갈리는 법. 그런데 이후 행보가 똑같다. 마치 양팀이 짜고 친다는 인상을 줄 정도다.

지난달 28일부터 8월12일까지 양팀의 경기 승패 결과는 똑같았다. 무려 14경기였다. 특히, 12일에는 넥센이 한화 이글스에 1대6으로 완패했고, LG가 KIA 타이거즈에 초반 8-2로 앞서며 평행 이론이 끝나나 싶더니 LG가 8회와 9회 대량실점하며 10대11로 충격적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양팀을 잠시 갈라놓은 건 비. 13일 광주에 비가와 LG는 KIA전을 치르지 못한 반면, 넥센은 고척스카이돔에서 한화를 상대했다. 넥센이 이겼다. 그렇게 0.5경기차를 계속 유지하던 양팀의 승차는 사라졌다.

이 비로 인해 양팀의 놀라운 평행 이론 얘기가 사그라지는 줄 알았는데, 더 놀라운 2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15일 양팀 비로 인해 휴식. 그리고 16일 똑같이 이겼다. 17, 18일 약속이나 한 듯 가을야구 경쟁팀들(LG는 SK, 넥센은 롯데)에 2연패를 당했고 19일 LG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먼저 승리한 넥센과 보조를 다시 맞췄다. 다른 팀들도 아니고, 나란히 승차 없이 4위와 5위를 달리며 피말리는 가을야구 경쟁을 하는 사이이기에 이 기묘한 평행 이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비가 '엘넥라시코'의 주인공 LG와 넥센의 동행을 방해하려 했지만, 비도 이들의 사랑(?)을 막지는 못했다. 또 함께 꿋꿋하게 걸어가고 있다. 양팀은 31일 맞대결 전까지 9경기를 다른팀들과 더 치러야 하는데, 그 때까지 양팀의 평행 이론이 이어진다면 '서울 의형제 결의식'이라도 맺어야 할 기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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