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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나.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렇게 삼성의 선발 오디션이 이어지고 있다. 19일에는 황수범이 기회를 잡았다. 잠실 LG 트윈스전에 생애 두 번째 선발 등판을 했다. 지난 13일 롯데 자이언츠전 패전의 아픔을 딛고, 5이닝 3실점(1자책점) 호투했다. 팀이 역전패를 당해 빛이 바랬지만, 처음으로 선발 승리 요건을 갖춰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황수범 뿐 아니다. 안성무는 시즌 초 대체 선발로 기회를 얻었었고, 지난달 28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생애 첫 승을 거뒀다. 최근에는 쭉 2군에만 있던 정인욱이 선발진에 합류했다. 20일 LG전 선발이다. 잠수함 김대우과 정통파 김동호도 종종 선발 기회를 잡는다.
그런 가운데 '2017 신데렐라' 백정현처럼 확 튀어나와주는 선수가 없다. 백정현도 불펜에서 출발했다 시즌 중반 선발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뒤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김 감독은 "평소 선발 욕심이 있던 백정현이 의욕을 갖고 하니 야구가 잘 되지 않느냐"고 말하며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기회의 측면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기회다. 언제 1군에서 이렇게 선발로 던져볼 수 있겠는가.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자신의 미래가 바뀔 수 있다. 다른 것 없이 지나치게 긴장하지 말고 자신들이 가진 기량을 마음껏 마운드에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수범이 LG전 호투해 희망을 보여줬지만 방심은 금물. 김 감독은 "안성무가 넥센전 승리 후 바로 무너지더라. 활약의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성무는 지난 3일 두산 베어스전 1이닝 5실점 부진 후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물론 김 감독도 그런 선수들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다. 안정적으로 기회를 얻는 주전급 선수들과 달리, 한두경기에서 모든 걸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긴장을 하게 되는 걸 안다. 이 선수들에게 수억원 연봉을 받는 선수들과 같은 활약을 바란다면 지나친 일이다. 다만 김 감독 입장에서는 프로 선수라면 그 부담과 긴장을 이겨내야 진짜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다른 팀이었다면 이런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선수들은 감사하고, 더욱 간절해질 필요가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