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로베르토 페타지니의 길을 걸을까, 아니면 조쉬 벨의 뒤를 따를까.
LG 트윈스는 아직 새 외국인 타지 제임스 로니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루이스 히메네스의 대체 선수로 들어와 9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12경기를 소화했다. 12경기 타율 3할1푼 2홈런 8타점으로 확 뛰어나지도, 확 나쁘지도 않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 주말 두산 베어스 3연전에서는 무안타로 죽을 쑤더니, 8일과 9일 삼성 2연전에서는 5안타 4타점을 몰아치며 반전을 보여줬다.
삼성과의 2연전에서 안타와 타점을 많이 추가해 평균 성적은 좋아졌다. '이제 한국야구에 어느정도 적응한 것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낙관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이르다. 2경기 2루타 3개가 터지며 장타 가뭄을 해결해주기는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찝찝한 2루타들이었다. 소위 말하는 '시원하게 맞은' 장타는 아니었다. 코스가 좋아 나온 2루타. 그리고 안타도 상대 실책성 플레이에 편승한 측면이 있었다. 그리고 삼성의 2연전 선발이 정인욱-김동호였다는 점도 냉정하게 봐야한다. 두 사람 모두 모처럼 만에 선발 기회를 얻은, 에이스급 투수들이 아니었다. 더 나은 투수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찌됐든 LG 입장에서는 로니가 이 상승세를 계속 이어주기를 바랄 것이다. 로니가 중심에서 무게감을 보여줘야 LG의 미래도 밝아진다. LG는 당초 최고급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갖고 있던 로니를 데려오며 '페타지니급' 활약을 기대했다. LG는 지난 2008년 시즌 대체 선수로 로베로토 페타지니를 영입했다. 당시 68경기 타율 3할4푼7리 7홈런 35타점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재계약 성공 후 2009년 타율 3할3푼2리 26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1500개 가까운 안타를 친 로니가 페타지니보다 나으면 나았지, 커리어상으로는 못할 게 없는 선수였다. 페타지니는 당시 40세 가까운 나이였지만 로니는 이제 33세다. 엄청난 해결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기를 뛴 모습으로는 그만큼의 경쟁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단, 한국 투수들 특유의 변화구-유인구 승부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적응 기간을 더 주고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LG 입장에서 현재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인데 그렇게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그리고 적응 기간을 떠나 미국에서만 해오던 야구 스타일을 쉽게 버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히메네스도 한국 적응 기간이 부족해 바깥쪽 변화구에 허무하게 헛스윙을 연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랜 기간 자신들만의 야구를 해온 습성이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페타지니의 경우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하며 이미 아시아 야구 자체에 적응을 마쳤었기에 한국에 와서도 맹활약할 수 있었다.
여기서 생각나는 선수가 LG 출신 조쉬 벨이다. 일본스프링캠프, 시범경기, 정규시즌 초반 엄청난 홈런쇼를 선보였지만 상대들이 벨의 특성을 간파한 후 지독하게 변화구 승부만 하자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고 곧 퇴출됐다. 최근 로니가 안될 때의 경기를 보면, 벨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와 매우 흡사하다. 좌타석에 들어서 타격 자세를 취하는 모습(벨은 스위치 타자이기는 했다), 그리고 외모도 두 사람이 매우 흡사한 게 LG를 불안하게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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