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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불펜 운용, 그리고 뛰는 야구에 대한 변명.
사실 양상문 감독의 불펜 운용은 크게 무리가 없었다. 선발 임찬규가 79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갔는데, 이는 6회 위기 상황서 상대가 닉 에반스이기에 사이드암 신정락을 올리려는 게 1번 의도였다. 2번 의도는 임찬규의 체력. 선발 풀타임 첫 해인 임찬규는 투구수가 100개 가까워지면 공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조금 빠른 시점에 바꾸는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신정락이 1⅓이닝을 막고 진해수가 ⅔이닝을 책임졌다. 다만, 진해수가 8회 김재환에게 2사 후 2루타를 맞은 게 옥에 티였다. 감독 입장에서는 6개의 공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2사였기에 더 확실한 투수를 올려 위기 이닝을 틀어막고 싶었을 것이다. 최근 이동현의 구위와 페이스가 매우 좋아 9회 마무리로 등판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김지용이 전력을 다해 한 타자를 막으면 됐다.
▶LG가 죽어도 뛰어야 하는 이유
또 하나 아쉬웠던 장면은 3회초. 0-1로 밀리던 LG는 1사 1, 3루 찬스를 만들었다. 타석에는 가장 잘치는 박용택. 그런데 1루주자 이천웅이 도루를 시도하다 협살에 걸렸고, 그 사이 3루주자 이형종이 홈을 파고들다 아웃됐다. 박용택은 적시타를 치고 동점을 만들었지만, 2루까지 가다 다시 잡히며 이닝을 종료시켰다. 동점을 만든 건 잘했다. 하지만 두산 선발 유희관이 흔들리고 있었고, 찬스에서 중심타자들이 계속 나오는 걸 감안하면 주루 플레이에 아쉬움이 남았다. 이 때 더 신중하게 몰아쳤어야 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양준혁 MBC 스포츠+ 해설위원도 "박용택을 타석에 두고 왜 도루를 하다 죽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LG는 올시즌 엄청나게 뛴다. 팀 도루 45개로 10개 팀 중 1위다. 그런데 실패도 30개로 1위. 효율성을 따진다면 도루 성공 1위가 팀에 도움이 되느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인 게 LG는 팀 도루 1위를 차지할만큼 빠른 선수들이 없다. 박해민(삼성 라이온즈) 이대형(kt 위즈) 로저 버나디나(KIA 타이거즈)와 같은 대도 스타일 선수가 없다. 이런 선수들이 있어야 팀 도루 개수가 증가한다.팀 1위는 8개의 김용의인데, 최근 선발 출전 여부가 왔다갔다 한다. 즉, LG는 야수들 전체가 적극적으로뛰고 있다는 뜻이다.
잘 뛰지 못하는 선수들로 왜 뛰는 야구를 하느냐. 결국 이기기 위함이다. LG 유지현 작전주루코치는 "왜 무리하게 뛰느냐고 하는데, 안그러면 우리는 이길 수 없다. 냉정히 타선의 힘이 압도적인 팀이 아니지 않느냐. 결국 방망이 힘으로만 승부가 안된다면 어떻게든 한 베이스라도 더 가기 위한 적극적인 작전을 펼쳐야 한다"고 말하며 "살기 위해 죽는다는 개념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단순히 성공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LG는 뛰는 팀'이라는 인상을 상대에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수비에서 압박감을 받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경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유 코치는 마지막으로 "감독님께서도 뛰는 야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시고, 그런 야구를 원하신다"고 덧붙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