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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9년차 첫승 KIA 정용운 "힘들었고, 절실했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7-06-04 21:19


KIA 정용운의 특이한 준비동작. 세트포지션을 잡기 전 포수의 사인을 보며 공을 든 왼팔을 1루쪽으로 들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의 대체 선발 정용운이 일을 냈다.

마치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을 보는 듯했다. 빠르지 않은 공으로 삼성 타선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정용운은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서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2안타 5볼넷, 1탈삼진 2실점하며 팀의 12대3 대승을 이끌고 데뷔 첫 승리투수가 됐다.

잘 모르는 어린 신인선수로 보이지만 충암고를 나와 2009년에 2차 2라운드 16순위로 입단한 프로 9년차의 중견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팬들도 있겠지만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로 우승반지를 가지고 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당초 임기영이 나와야할 경기지만 체력 안배를 위해 휴식을 주면서 정용운이 선발로 나오게됐다. 게다가 김윤동 임창용 고효준이 많은 투구수로 이날 등판이 불가능해 경기에 나올 수 있는 불펜 투수는 남재현 심동섭 김광수 뿐이었다. 정용운이 어떻게든 많은 이닝을 던져야했다. 맹타를 치고있는 삼성 타선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까 했지만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씩씩하게 자신에게 온 기회를 살렸다. 비록 빠르지 않는 공이지만 구석구석을 찌르려 노력했고, 오히려 느린 공에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가 빗맞았다.

1회초 버나디나의 선두타자 홈런에 서동욱의 2루타로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정용운은 1회말 선두 배영섭을 2구째에 몸에 맞는 볼로 내줘 불안감을 키웠다. 하지만 2번 박해민과 3번 구자욱을 플라이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린 정용운은 4번 다린 러프와 풀카운트까지가는 접전 끝에 볼넷으로 내줘 2사 1,2루가 됐지만 5번 조동찬을 3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해 중요한 첫 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2회말에도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겼다. 2사후 8번 정병곤을 볼넷으로 내준 뒤 9번 이지영에게 3루수앞 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수 최원준의 송구 실책으로 1,2루가 됐다. 흔들릴 수 있었지만 정용운은 배영섭을 3루수앞 땅볼로 처리하며 2회도 무실점으로 넘겼다.


KIA 투수 정용운이 4일 삼성전서 데뷔 첫 승을 거둔 뒤 승리 기념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3회말에 첫 실점.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선두 박해민과 구자욱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위기를 자초했지만 4번 러프를 유격수앞 병살타로 처리했다. 2사 3루서 조동찬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실점을 했지만 6번 김상수를 삼진으로 처리해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4회말엔 강한울 정병곤 이지영을 삼자범퇴로 막으며 승리투수에 대한 희망을 이었다.

5회초 타자 일순하며 대거 8점을 뽑아 11-1의 큰 리드속에 5회말 마운드에 오른 정용운은 선두 배영섭에게 볼넷, 1사후 3번 구자욱에게 중전안타를 맞았고, 폭투까지 해 1사 2,3루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침착하게 4번 러프를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잡아 1점만 내줬고, 조동찬을 2루수앞 땅볼로 아웃시키며 데뷔 후 처음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5회까지 92개의 공을 뿌린 정용운은 자신의 임무가 끝났다는 것을 알고 5회말 마지막 공을 직접 받아 챙겼다. 6회말에 우완투수 남재현으로 교체.


정용운은 경기 후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너무 좋다"면서 "9년이란 시간동안 너무 힘들었고 절실했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라며 자신에게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말했다. "처음에 마운드에 오를 땐 3이닝만 잘 막자는 생각이었다. 1이닝, 1타자만 잘막자고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다"라며 "볼넷이 많아 걱정했는데 투구 템포를 빠르게 하고 체인지업이 먹히면서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잘 못잡은 것 같다"라고 했다. 3회말 무사 1,2루서 러프를 병살타로 잡아낸 체인지업을 이날 던진 공 중 최고의 피칭으로 꼽기도.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준 덕분"이라며 타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특이한 준비 자세로도 화제가 됐다. 주자가 없을 땐 빠른 템포로 공을 뿌린 정용운은 주자가 나가면 포수의 사인을 보면서 공을 잡은 왼손을 1루로 뻗었다가 세트포지션을 취했다. 정용운은 "대만 2군 캠프 때 어깨가 좀 좋지 않아 세트포지션할 때 어깨 상태를 체크한다고 팔을 올렸는데 이후 그게 버릇이 됐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이젠 불안해진다"라며 웃었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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