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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로 빚진 한화 양성우, 야구로 빚갚는 중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06-04 08:38


지난 2일 끝내기 안타를 때린 뒤 동료들에게 물세례를 받고 있는 한화 이글스 양성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양성우(28)의 헤어스타일은 여전히 짧은 머리카락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초 1군에 콜업됐을 때 양성우는 삭발을 하고 나타났다. 당시 김성근 감독에게 "다시는 말썽피우지 않겠다"고 했다.

양성우는 지난 4월 23일 팀동료 오선진과 함께 새벽 원정지인 수원에서 술자리를 가지다 누군가에게 사진이 찍혔다. SNS로 일파만파 퍼졌다. 전날 패한 상황에서 오후 2시 낮경기를 앞두고 새벽에 술자리를 가진 것이 문제가 됐다. 선수단 내규가 적용돼 둘은 이날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5월 3일 1군 복귀 이후 한달이 흘렀다. 양성우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수비에서의 집중력은 동료들이 놀랄 정도다. 우익수와 좌익수 수비 활동폭과 타구판단, 송구 모두 평균이상이라는 평가다. 타격도 마찬가지다. 지난 2일 SK 와이번스와의 대전 홈게임에서는 4안타를 몰아치며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2군에 갈때는 타율이 2할이었는데 3일 현재 타율을 2할8푼6리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3할6푼4리에 이른다.

양성우는 한동안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술자리 당일 오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양성우는 본인이 출입했던 술집 이름까지 검색어 4위에 오른줄 알고 극도로 당황하기도했다. 알고보니 드라마 제목이었다. 조금이라도 관심을 끌수 있는 것은 피했다. 언론인터뷰도 피해다녔다.

몇몇 야구선수들은 폭행, 음주운전, 해외원정도박(외환관리법 위반), 스포츠도박(심지어 승부조작) 등 범죄행위(실정법 위반)를 한뒤 "야구를 열심히 해 갚겠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곤 했다. 법을 어기면 죄값을 제대로 치르는 길밖에 없다. 야구선수도 사회구성원의 일원이다.

하지만 양성우는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 야구에 빚을 진 것이다. 몸과 마음을 선수단과 함께 하지 못한 것,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해 다음날 경기를 대비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성인이 친구와 술 한잔 하는 것은 아무 문제도 아니다. 당시에도 사진을 찍어올린 팬의 행위에 대한 당위성 논란이 있었다.

양성우는 밝고, 동료 배려 잊지않고, 허슬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 열혈남이다. 한번의 실수로 잃었던 웃음을 다시 되찾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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