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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성적부진이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박종훈 단장과의 구단운영 방식을 놓고 감정싸움이 갈수록 심화됐다. 김 감독은 지난 21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을 마친 뒤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김 감독은 떠난 이유에 대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언급했다. 김 감독은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대8로 아깝게 졌다. 벤치 클리어링도 있었다. 머리가 아파서 책상에 앉아 있는데 운영팀장이 와서 단장 전달사항을 얘기했다. 훈련을 줄이고, 미리 요청한 2군 외야수 2명은 서산에서 오지 않게 조치를 해뒀다고 했다. 그래서 '그럼 내가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 그날 이후 이틀 동안 구단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구단이 의도하는 바를 금방 알 수 있었다. 나로선 지난해 11월 구단이 새로운 운영안을 얘기했을 때도 참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1군 운영에 직접 관련된 것이었다. 당장 외야수가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성열은 햄스트링 부상을 다스리며 출전중이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장민석은 왼손 엄지에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통증이 오면 이틀 사흘 쉬어야 한다. 정현석은 출전 정지를 당했다. 어린 선수들이라도 데려와서 훈련시켜서 써야할 것 아닌가. 도대체 어쩌자는 건지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60여명 선수 엔트리는 구단에서 만들었다.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 2군 선수들은 전부 육성쪽에 소속돼 있다. 1군 멤버인 최진행 이양기 이용규는 모두 부상이다. 어린 선수들을 쓸수밖에 없다. 하지만 2군 선수들은 기량이 다소 부족하다. 1군 투수들 스피드와 변화구에 적응을 못한다. 뜯어 고쳐서라도 써야한다. 야구를 안다면 '감독이 고생깨나 하는구나'라고 할텐데 연습하지 말라는 소리만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사의를 표명하자마자 반기듯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지난해말부터 구단의 의도를 약간은 알고 있었지만 나름대로 팀의 명예회복이 급선무라고 여겨 참았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경기에 당장 지장을 주는 일이고, 이것마저 양보하면 감독으로서 존재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해 마음을 놓아버렸다. 이제부터는 쉬면서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회가 주어지면 봉사할 생각이다. 당장은 좀 쉬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15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3년 계약을 했다. 한화는 최근 4년간 외부 FA영입과 거액의 외국인 선수 등 과감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부상자 속출, 외국인 선수의 부진 등이 겹치며 3년째 고전중이다. 한화는 2015년 6위, 지난해 7위를 기록했다. 결국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김 감독의 3년째 계약기간을 채워줄 지 여부를 놓고서도 수개월간 장고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한화 재임 기간 동안 319경기 150승166패3무, 승률 4할7푼5리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허리 수술로 빠진 12경기 2승10패의 성적은 공식 기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프로 통산 사령탑 성적은 23시즌 2646경기 1384승1202패60무, 승률 5할3푼5리다. OB-태평양-삼성-쌍방울-LG-SK-한화 등 7개팀을 거쳤다. 한국시리즈 우승 3회, 준우승 2회, 포스트시즌 진출 13회를 기록한 바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