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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감독 형식은 자진사퇴, 본질은 경질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05-23 21:05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김 감독은 지난 21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을 마친 뒤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1군 선수단 훈련방식을 두고 박종훈 단장이 운영팀장을 보내 어필하자 더이상 참지못하고 사표를 던졌다. 형식은 자진사퇴지만 본질은 경질인 셈이다.

특타(특별타격 훈련) 때문에 구단 고위층과 김 감독이 충돌했고, 결국은 사의표명으로 이어졌다. 지난 21일 한화는 삼성에 7대8로 졌다. 3연전 스윕패를 당했고, 최근 4연패에 빠졌다. 그날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김태균, 정현석 등이 포함된 대규모 주먹다짐 벤치 클리어링까지 있어 선수단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비야누에바는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기도 했다.

경기후 김 감독은 강경학과 양성우 등 젊은 야수 몇몇의 특타를 지시했다. 이들은 남아서 특타를 하고 있었다. 한화 구단 내부에서는 김 감독의 낮 경기후 특타와 야간 특타 등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이유는 선수들이 너무 피곤해 한다는 것. 하지만 김 감독은 "하위권에 머무는 팀이 언제까지 남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한다면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라며 평소 지론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운영팀장이 감독실을 찾아 훈련 방식에 대해 구단 고위층의 입장을 전달했다. 요지는 특타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이제는 훈련 가지고도 이래라 저래라 하는가"라며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김 감독은 "이런 식이면 벤치에 앉을 수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22일 선수단 훈련을 생략했다. 김 감독은 특히 박종훈 단장이 직원을 보내 팀운영에 관여하는 것에 대해 몹시 불쾌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11월 박종훈 단장이 부임하면서 감독과 단장 사이는 갈라져 있었다. 매번 언성을 높이며 양측이 부딪혔고, 지난달에는 2군 투수들의 1군 훈련동행을 놓고도 격돌했다. 감정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시즌이 시작되면서 잠잠해지는가 했지만 이날도 특타를 이어가는 것을 보고 박 단장이 제지에 나선 것이다. 박 단장도 단단히 벼른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1군 선수단 운영에 국한된 자신의 권리에 대해선 수용할 수 있지만 훈련량 등 감독의 고유권한에 대해서도 문제삼자 이를 받아들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미 지난해말 김 감독의 권한을 제한할 때부터 이같은 일은 필연이었는지 모른다. 팀성적이 좋았다면 모든 것을 떠안고 갈 수 있었겠지만 하위권에 처진 지금상황으로선 반전요소가 전무했다. 형식은 자진사퇴지만 경질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껄끄러운 관계인데 1군 선수단 훈련방식을 문제삼는다는 것은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내용측면에서 경질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2015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3년 계약을 했다. 한화는 최근 4년간 외부 FA영입과 거액의 외국인 선수 등 과감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부상자 속출, 외국인 선수의 부진 등이 겹치며 3년째 고전중이다. 한화는 2015년 6위, 지난해 7위를 기록했다. 결국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김 감독의 3년째 계약기간을 채워줄 지 여부를 놓고서도 수개월간 그룹차원에서 논의하기도 했다.

한화 구단은 김 감독의 자진사퇴 의사 뒤에도 별다른 제스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한화 재임 기간 동안 319경기 150승166패3무, 승률 4할7푼5리를 기록했다. 허리 수술로 빠진 12경기 2승10패의 성적은 공식 기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프로 통산 감독 성적은 23시즌 2646경기 1384승1202패60무, 승률 5할3푼5리. OB-태평양-삼성-쌍방울-LG-SK-한화 등 7개팀을 거쳤다. 한국시리즈 우승 3회, 준우승 2회, 포스트시즌 진출 13회를 기록했다.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것은 한화가 처음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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