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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준 반전 스토리 "그깟 자존심 뭐 중요한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5-18 22:27



"그깟 자존심이 뭐가 중요합니까. 다 내려놓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초반 행보, 조금은 불안정하다. 잘하다, 못하다를 반복해 팬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래도 이 선수의 활약을 보면 마음이 놓인다. 송승준(37)이다.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총액 40억원을 받고 팀이 잔류했으나, 제대로 던져보지도 못하고 '먹튀' 오명을 썼다. 10월에는 팔꿈치 수술까지 받았다. 그랬던 그에게 올시즌 큰 기대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조용히 칼을 갈고 돌아온 송승준이 선발 4연승 신바람을 내고 있다. 3연승까지의 구위는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한다는 평가다. 17일 kt 위즈전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가운데도 경험을 바탕으로 영리하게 경기를 끌고 갔다. 사실상 송승준이 나타나 승수를 쌓아준 덕분에 롯데가 중위권에서 버티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송승준을 18일 사직구장에서 만났다.

-선발 4연승이다. 놀라운 행보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기쁨보다 불안함이 앞선다. 이러다 또 얻어 터지면 어떻게 하나 생각에….(웃음)

-상대팀들에서 전성기 구위라는 평가를 한다.

그 정도는 아니다. 젊었을 때보다 어떻게 더 구위가 좋을 수 있겠나. 단, 로케이션에 신경을 쓴 결과인 것 같다. 이제 압도적으로 타자를 이길 수 없으니, 제구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또, 빠르게 승부를 걸려고 노력한다. 내 투구수가 줄어야 나 뿐 아니라 야수들도 편해진다. 공격적으로 승부하는데, 4연승 기간에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잘 풀렸다.

-kt전 땐 앞선 3경기에 비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경기 시작 전에 몸을 푸는데 팔도 안 올라가고, 정말 불안했다. 위기다 싶었다. 그런데 경기를 하다보니 6회까지만 어떻게 막으면 팀이 역전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예전에 컨디션이 안 좋았던 날 어떻게 이겨냈나를 계속 떠올리며 이 악물고 던졌다. 이제는 하루 던지고 나면 집에 가 바로 골아 떨어진다. 다음날도 너무 힘들다. 아무래도, 나이가 드니 회복 속도가 느려지는 게 느껴진다. 흘러가는 세월 한탄만 할 수 없다.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 러닝을 더 많이 한다. 다음 경기에 또 좋은 투구를 하려면 준비를 해야한다. (송승준은 18일 kt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10일 휴식 후 등판하라는 조원우 감독의 배려다)


-만족스럽지 못했던 지난 3년과 올해 투구를 비교해본다면.

공 던지는 건 똑같다. 사실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kt전에선 어떻게든 6이닝을 채우고 싶었다. 그런데 6회 2사 후 투수코치님이 마운드에 올라오시더라. 예전같았으면, 내가 무조건 막겠다고 했을 것이다. 이제는 나보다 동료들을 더 믿는다. 나보다 힘 있고 좋은 투수가 뒤를 막아줄 수 있다는 믿음에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욕심 내지 않고 공을 건넸다. 지난 3년간 부진을 통해 배운 것이다.

지난 3년간 부진과 혹평에 솔직히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걸 내려놨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는데, 그 이상을 바라면 안 된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 먹었다. 공에는 힘이 없는데, 과거만 생각하며 가운데 직구 승부를 한다면 이는 승패가 이미 정해져 있는 싸움 아닌가. 그런데 그깟 자존심 뭐가 중요한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전보다 더 커진 간절함이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것 같다.

-쾌조의 페이스에 기대감이 매우 높아졌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잘 던지다 갑자기 많이 맞을 수 있는 게 야구다. 선발 투수가 한 시즌 내내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는 없다. 그래서 걱정을 하기 보다는, 결과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부딪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불안했던 경기 운이 따라 승리하면 그 다음 경기는 또 잘 풀리는 게 야구다. 그 기운을 믿고 다음 등판에 임하겠다. 연승 기록이 깨질 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 던질테니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꼭 6이닝은 채우겠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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