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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자존심이 뭐가 중요합니까. 다 내려놓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했습니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기쁨보다 불안함이 앞선다. 이러다 또 얻어 터지면 어떻게 하나 생각에….(웃음)
-상대팀들에서 전성기 구위라는 평가를 한다.
-kt전 땐 앞선 3경기에 비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경기 시작 전에 몸을 푸는데 팔도 안 올라가고, 정말 불안했다. 위기다 싶었다. 그런데 경기를 하다보니 6회까지만 어떻게 막으면 팀이 역전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예전에 컨디션이 안 좋았던 날 어떻게 이겨냈나를 계속 떠올리며 이 악물고 던졌다. 이제는 하루 던지고 나면 집에 가 바로 골아 떨어진다. 다음날도 너무 힘들다. 아무래도, 나이가 드니 회복 속도가 느려지는 게 느껴진다. 흘러가는 세월 한탄만 할 수 없다.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 러닝을 더 많이 한다. 다음 경기에 또 좋은 투구를 하려면 준비를 해야한다. (송승준은 18일 kt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10일 휴식 후 등판하라는 조원우 감독의 배려다)
-만족스럽지 못했던 지난 3년과 올해 투구를 비교해본다면.
공 던지는 건 똑같다. 사실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kt전에선 어떻게든 6이닝을 채우고 싶었다. 그런데 6회 2사 후 투수코치님이 마운드에 올라오시더라. 예전같았으면, 내가 무조건 막겠다고 했을 것이다. 이제는 나보다 동료들을 더 믿는다. 나보다 힘 있고 좋은 투수가 뒤를 막아줄 수 있다는 믿음에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욕심 내지 않고 공을 건넸다. 지난 3년간 부진을 통해 배운 것이다.
지난 3년간 부진과 혹평에 솔직히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걸 내려놨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정해져 있는데, 그 이상을 바라면 안 된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 먹었다. 공에는 힘이 없는데, 과거만 생각하며 가운데 직구 승부를 한다면 이는 승패가 이미 정해져 있는 싸움 아닌가. 그런데 그깟 자존심 뭐가 중요한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전보다 더 커진 간절함이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것 같다.
-쾌조의 페이스에 기대감이 매우 높아졌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잘 던지다 갑자기 많이 맞을 수 있는 게 야구다. 선발 투수가 한 시즌 내내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는 없다. 그래서 걱정을 하기 보다는, 결과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부딪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불안했던 경기 운이 따라 승리하면 그 다음 경기는 또 잘 풀리는 게 야구다. 그 기운을 믿고 다음 등판에 임하겠다. 연승 기록이 깨질 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 던질테니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꼭 6이닝은 채우겠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