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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불운 비야누에바-행운 배영수, 이구동성 '팀 우선'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05-18 00:24


2017 KBO리그 넥센히어로즈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경기전, 한화 투수 비야누에바가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5.17/

2017 KBO리그 넥센히어로즈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배영수가 4회말 1사 3루에서 서건창에게 동점 타점을 허용하고 있다.
고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05.17/

이틀 동안 한화 이글스는 180도 다른 경기를 했다. 한화는 지난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만나 1대2로 졌다. 당시 한화 선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6이닝 2실점,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시즌 4패째(1승)를 안았다. 17일 한화는 넥센에 8대4로 낙승했다. 한화 선발 배영수는 7이닝 3실점으로 무난히 4승째(1패)를 따냈다. 순조로운 승수쌓기 행보다.

올시즌 KBO리그 최고 불운 선수중 한명으로 꼽히는 비야누에바. 잘 던져도 승리 챙기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반면 배영수는 행운의 상징이다. 선발 마운드에 서기만 하면 팀타선은 폭발한다. 상대 선발로테이션과의 함수관계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둘은 처한 상황은 달라도 이구동성으로 '팀 우선'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도 간절하게 말이다.

17일 둘은 경기 전후 공식 인터뷰를 가졌다. 비야누에바는 경기전 재활복귀 후 첫 출전 소감 인터뷰, 배영수는 승리 히어로로 취재진 앞에 섰다. 비야누에바는 양손을 다소곳이 모으고 자신의 야구와 한화 이글스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올시즌 평균자책점은 2.41로 훌륭하지만 1승(4패)에 그치고 있다. 비야누에바는 '한화 야수들이 득점지원이 미미해 대단히 미안해 한다'는 취재진의 얘기를 전해 듣자 "절대 그럴 필요없다. 동료들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내가 너무 잘 알다. 야구는 어디나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에서 10시즌을 뛰었다. 어떤 해는 운이 좋고, 어떤 해는 불운했다. 그것이 야구다"고 말했다.

비야누에바는 "절대 짜증나지 않는다. 부실한 득점지원이 즐겁진 않지만 이 또한 야구의 일 부분이다. 혹시 아는가. 후반기에는 내게 행운이 찾아올 지. 지금 주어진 환경에 매우 만족한다. 더 잘 하고 싶다"며 "지난 4년간 불펜으로만 던졌다. 올해 선발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아직도 노력중이다. 전성기 시절 구위로 돌아가기는 사실 힘들다. 그럼에도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리하고 집중하며 마운드에 서고 있다. 한화의 가을야구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비야누에바는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부회장 출신이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지만 미국 시민권자다. 대학 시절부터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다. 야구에 관한 리포트와 리그 분석자료를 수년간 축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틈만나면 리포트를 작성중이다. 비야누에바는 "한국야구, 한화 이글스의 발전을 위해 내가 가진 노하우를 모두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비야누에바와 달리 배영수는 평균자책점은 3.96이지만 벌써 4승을 따냈다. 17일 경기후 동료들에게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배영수는 "야수들이 10점 이상 막아준 것이나 다름없다. 대단한 호수비였다. 특히 비야누에바에게 고맙다. 경기초반 내가 정면승부로 밀어붙이려 하니 내게 다가와서 '영수, 피가 너무 뜨거운 상태다. 냉정해져야 한다'고 조언해줬다. 고마운 마음으로 충고를 새겼다. 감독님, 코치님, 분석파트 모두 좀더 냉정한 피칭을 당부했다. 이런 도움들이 없었다면 못 버텼을 것"이라고 했다.

배영수는 "내가 투수조 조장이다. 이태양 윤규진 등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할 때도 많다. 너무 잘 따라줘서 고맙다. 같이 잘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가을야구 해야할 것 아닌가. 지금까지 스스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죄송한 마음 뿐이다. 조금이나마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불운에도 짜증내지 않고, 행운에도 모든 공을 동료들에게 돌린다. 이러면 팀 분위기는 절로 좋아진다. 베테랑, 외국인 선수가 이런 모습으로 다가서면 팀내 파급효과는 더욱 크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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