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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소리가 저절로 나는 장면, 부상이 우려되는 아찔한 상황. 올 시즌 KBO리그에 '사구(몸에 맞는 볼)'가 늘어났다.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SK 와이번스전. SK 중심 타자 최 정은 두 번이나 상대 투수가 던진 공에 맞았다. 1회초 첫 타석에서 넥센 선발 한현희에게 사구를 얻은 최 정은 6회 세번째 타석에서 한현희가 던진 공에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맞았다. 두번째 사구는 통증이 커보였다. 자리에 주저 앉은 최 정은 주먹으로 바닥을 칠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최 정은 결국 대주자로 교체됐다. 당장 큰 부상은 아니더라도 선수가 뛰는 데 지장이 있다는 판단한 코칭스태프가 대주자로 바꿨다. SK 타자들은 최 정을 포함해 이날만 4개의 사구를 맞았다.
현재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950개 이상의 사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체감하는 수치도 다르다. 분명 과거에 비해 사구가 훨씬 늘어났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때문일까?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트라이크존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리고 실제로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진 것을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체감하고 있다. 높은 공과 몸쪽과 바깥쪽 좌우폭에 걸쳐 들어오는 공에 대한 스트라이크 콜이 더 관대해졌다. 올 시즌 사구가 늘어난 것을 두고 이런 영향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콜 영역을 보면, 몸쪽은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공을 던지는 투수들의 심리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몸쪽으로 과감하게 붙여도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구로 연결되는 확률이 높아진 셈. 또 벤치에서도 투수들에게 자신있게 몸쪽 승부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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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구에도 팀별 편차가 있다. SK가 가장 많다. 7일까지 31개의 사구가 나왔다. 반면 10위 kt 위즈는 5개 뿐이다. 두 팀 외에 다른 구단들은 20개 안팎이다.
SK는 왜 더 많이 맞고 있을까. 타선의 위압감과 관련이 있다. SK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선을 가지고 있다. 55개의 팀 홈런으로 압도적인 1위다. 김동엽, 한동민 등 새로운 홈런 타자들이 홈런을 쏟아내고 있다.
최 정이 '커리어 하이'를 향해 달려가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최 정은 KBO리그 역대 사구 1위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 시즌 초 통산 167번째 사구를 얻어 박경완(166개)의 종전 최다 기록을 넘어섰다. 올해도 6개의 사구로 팀 동료인 한동민과 함께 공동 2위다. 최 정과 한동민에 대한 상대 배터리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사구도 많아졌다.
역대 한 시즌 최다 사구를 기록한 팀은 2005년 현대 유니콘스. 2003~2004시즌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현대는 극심한 견제 속에 2005시즌을 치렀다. 그 해 120개의 사구를 맞았다. SK도 현재 추세라면 현대 기록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지난해에도 102사구로 전체 1위였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