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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의 타선은 지금 완전체가 아니다. 지난해 30홈런 100타점을 올렸던 이범호가 빠져있고, 2번타자를 맡아야 할 안치홍도 없다. 그런데도 KIA의 타선은 무섭다.
31일 개막전에선 2-1로 앞선 8회초 나지완의 만루홈런이 터지면서 승기를 잡았고 7대2의 완승을 거뒀다. 1일 2차전서도 7회초 3안타와 상대 실책 등으로 4점을 뽑았고, 7-7 동점인 연장 10회초 버나디나의 결승타로 9대7의 승리를 거뒀다. 4일 SK전서는 1-1 동점이던 6회말 나지완의 중월 2타점 2루타와 김주형의 2루타 등으로 대거 5점을 내며 6대1로 이겼다.
KIA의 4경기 팀타율은 2할5푼7리로 전체 4위였다. 득점권 타율은 3할5푼7리(42타수15안타)로 롯데(0.462), LG(0.359)에 이어 3위. 매우 좋은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KIA는 최근 타선의 허약함이 문제가 됐었다. 아무리 투수들이 잘 던져도 타선이 터지지 않아 힘들게 경기를 하고, 패하는 일이 잦았다. 이럴 경우 투수들은 점수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되고, 타선은 점수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함에 휩싸여 더 나쁜 타격을 한다. 서로가 의지할 수 있는 힘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타선이 안터지며 마운드까지 힘이 빠지는 악순환에 시달렸다.
최형우를 영입하면서 중심타선에 힘이 생기면서 타선의 응집력이 강화됐고, 그것이 전체적인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타선이 한번의 찬스에서 대량 득점을 하게 되면서 투수들이 점수를 주면 안된다는 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 1점도 주면 안된다는 생각과 2∼3점 정도 줘도 된다는 생각은 피칭할 때 압박감의 차이가 클 수밖에 안된다. 점수를 줘도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 줄 것이란 믿음은 투수에게 여유를 주고 더 자신있는 피칭을 할 수 있게 한다.
KIA는 타선이 강화됐지만 마운드는 크게 강화된 것은 아니었다. 양현종과 헥터, 팻 딘 3명의 선발만 확실한 믿음을 주고, 불펜진도 아직은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타선이 터지면서 마운드 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 지난 1일 삼성과의 2차전서 7-0으로 앞서다가 9회에만 7점을 내줘 7-7 동점이 돼 연장승부로 이어졌지만 10회초 곧바로 2점을 뽑아 승리한 것은 불펜진에게 안도감을 주며 상승세로 이어지게 했다.
강력한 타선이 마운드의 빈틈을 메우기 시작했다. KIA 김기태 감독은 5일 SK전이 비로 취소돼 6일 경기에 예정대로 헥터를 낼 수도 있었지만 5일 선발로 예고됐던 임기영을 6일 경기에 선발 등판시키기로 했다. 전체 선발 투수들에게 하루씩 더 휴식을 주면서 초반 체력을 세이브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그만큼 타선에 대한 믿음이 크기에 가능한 일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