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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최형우. 삼성 라이온즈의 4번 타자로 4년 연속 통합우승의 주역이었던 그는 지난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역대 FA 최고액인 4년-100억원에 계약했다. 2년 전 "100억원을 받고 싶다"고 했던 말이 그대로 실현됐다.
첫날 2회초 첫 타석에 선 최형우는 3루와 1루측 관중석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했다. 삼성 구단은 옛 동료를 배려했다. 지난해까지 틀었던 그의 응원가를 스피커를 통해 흘려보냈다. 최형우의 인사에 박수를 보낸 팬도 있었고, 응원가를 따라 부르는 팬도 있었다. 언뜻 보기엔 훈훈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야유를 보낸 팬들이 더 많았다. 음악이 나오지 않은 두번째 타석부터는 그를 향한 야유가 확실히 들렸다. KIA가 점수를 뽑아 앞서자 그에게 더 큰 야유를 했다. 심지어 타격 후에도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야구를 했다. 1-1 동점이던 6회초 2사 2루서 우중간 3루타로 결승타점을 올렸다. 8회초엔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 득점에도 성공. 4타수 1안타 1타점으로 나쁘지 않은 KIA 선수로의 데뷔전을 치렀다.
3일째인 2일 경기에선 야유가 줄어드는 듯했다. 첫 타석부터 야유가 나왔지만 이전 두 경기보다 작았다. 하지만 최형우가 홈런을 치자 야유가 다시 커졌다. 4-0으로 삼성이 앞서고 있던 4회초 최형우가 솔로포를 터뜨리고 그라운드를 돌자 3루측 삼성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환호속에서 돌았던 대구구장이다. 1루측 KIA 팬들이 따뜻한 박수를 보냈으나 야유에 묻혔다. 1-15로 크게 벌어지자 KIA 김기태 감독은 이미 승부가 기울었다고 판단하고 6회초 최형우 타석 때 신종길을 대타로 냈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개막전을 앞두고 "최형우에 대해 투수들에게 특별 주문을 했다"고 했는데, 몸쪽 승부였던 듯하다. 최형우 타석 때마다 몸쪽을 깊숙히 찌르는 공이 자주 들어왔다.
그럼에도 최형우는 개막전 결승타, 2차전 선제타점에 이어, 3차전에선 첫 홈런까지 터뜨리며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다음에도 대구팬의 야유가 계속될까. 다음 KIA의 대구 경기는 두달 뒤인 6월 2일이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