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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시즌이란 얘기를 좀 안해주시면 좋겠는데…."
그는 다른 시즌과 다르지 않게 보내고 싶지만 그를 보는 시선은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다.
마지막시즌이란 말을 너무 많이 들었나보다. 2일 KIA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올해 마지막이란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힘들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마지막 시즌이란 것은 깊게 다가오는 것 같다. 31일 개막전 패전을 아쉬워했다. "개막전에서 이기고 싶었는데 맘대로 안됐다. 중심타자들이 잘쳐야 다른 타자들도 힘을 얻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나도 첫날, 둘째날 안타 1개씩 밖에 못쳐서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라고 했다.
마지막 시즌이라 한타석, 한타석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좋은 타격을 못했을 때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고. "예전엔 못쳤을 땐 빨리 잊고 다음을 준비하는데 이젠 그 잔상이 많이 남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승엽은 2일 KIA전서 2회말 선제 결승 솔로포를 날리는 등 4타수 2안타 4타점의 맹활약으로 팀의 16대3 대승을 이끌었다.
"앞선 두 경기를 져서 그런지 오늘 승리가 기쁘다기 보다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3연패를 당했다면 팀 사기가 떨어졌을 것이고 무엇보다 팬들께 면목없었을 것이다.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며 웃었다.
"아직 스윙이 빠르고 간결하지 못하다. (타이밍이) 조금씩 늦다"는 이승엽은 장타자가 많이 없어 장타에 대한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 "홈런을 많이 치고 싶다고 때려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타석에 들어서면 좋은 타구, 안타를 날려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이제 우리 팀 컬러가 장타에서 빠른 야구로 바뀌고 있어 출루에 더 신경쓴다. 나도 예전과는 다르다. 홈런 욕심을 버렸다"라고 했다.
이제 이승엽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141일만 더 볼 수 있다. 분명 많은 경기가 남았지만 더 이상이 없기에 소중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