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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갭다 훨씬 더 변화구가 예리했다."
최고 구속은 140㎞에 불과했지만 직구 없이 커터(35개) 슬라이더(21개) 커브(9개) 투심패스트볼(6개) 등 변화구로 한국 타선을 요리했다. 구속이 빠르지는 않아도 볼끝에 힘이 있었다. 한국 타자들이 작심하고 친 공은 대부분 파울이 됐다. 컨택 능력이 좋은 이용규와 손아섭만 바모스를 상대로 유일하게 안타를 뽑아냈다. 중심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헛돌았다.
쿠바가 아마야구 최강으로 명성이 높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결승에서 한국 대표팀과 맞붙었던 강팀 이미지가 남아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대회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다. 많은 선수들이 미국으로 건너가며 대표팀 전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WBC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대부분 자국 리그에서 뛰는 이들이다. 투수들도 빼어난 수준은 아니라고 전력 분석이 나왔다. 김인식 감독은 "쿠바 대표팀 중 145㎞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1~2명 정도"라고 했다.
WBC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김인식 감독도 낯선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있다. 한국 대표팀이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던 지난 2013년 WBC에서는 네덜란드의 선발투수 디호마르 마르크벌에게 4이닝 동안 안타 2개를 치는데 그쳤고, 결국 0대5로 완패했었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도 미국 선발투수 지크 스프루일에게 6이닝 7삼진 무득점에 그쳤던 기억이 남아있다.
개막전이자 1라운드 첫번째 상대인 이스라엘전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스라엘 대표팀에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도 속해있지만 한국 대표팀이 직접 본 상대는 거의 없다. 대부분 낯선 상대다. 전력 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 역시 한계가 있다. 결국 실전 뿐이다. 수 많은 변수까지 감안해 철저한 대비를 마쳐야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2013년 1라운드 탈락의 아픈 기억 뒤에는 '방심'이 있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