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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캠 히든스토리] 한 편의 첩보영화 방불케 한 러프 삼성 입성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2-20 20:00


삼성 라이온즈가 20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보조구장에서 몸풀기 훈련을 마친 러프 등 선수들이 본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키나와=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2.20/

배트 주인은 이승엽, 신발 주인은 패트릭.

삼성 라이온즈는 18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새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만 보면 신이 난다. 그렇게 원하던 1루 거포를 데려왔다. 몸값만 110만달러. 여기에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40인 로스터에도 이름을 올렸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정도 이력이면 기본 이상은 할 선수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영입 확정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전지훈련은 진행되고, 시간은 흐르니 현장에서는 속이 타는데 그렇다고 선수 영입이 하루 아침에 뚝딱 되는 것도 아니다. 러프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오키나와 땅을 밟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숨막히는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사연은 이렇다. 러프의 미국 집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미국 북동쪽이다. 여기서 다저스 캠프 참가를 위해 남서쪽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향했다. 그런데 피닉스에 도착하니 삼성쪽에서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러프는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가족과의 회의를 위해 다시 오마하로 갔다. 그리고 삼성 합류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삼성에서는 당장 캠프에 합류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여권이 없었다. 마음 급한 삼성이 이쪽저쪽 알아보니 콜로라도주 덴버가 여권 발급이 가장 빠른 곳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곧바로 러프를 서중부 덴버로 이동시켰다. 그렇게 여권이 발급됐다.

여권을 받아든 러프는 먼 곳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가족들을 보고 싶었다. 개인 장비도 챙겨야 했다. 하지만 삼성은 여유가 없었다. 일단 한국에 가자고 설득했다. 러프는 아무 준비도 없이 인천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덴버에서 LA로 향했다. 그리고 인천에 도착하자마자 메디컬 테스트와 계약서 사인을 위해 대구로 이동했다. 그게 17일. 사인이 끝나고 '오피셜 사진'을 찍은 후 18일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했다. 그렇게 숨막히는, 어마어마한 이동거리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그리고는 19일 첫 훈련부터 씩씩하게 팀 동료들과 어울렸다.

문제는 삼성이 미리 마련해준 유니폼 외에 다른 장비가 없다는 점. 그래도 훈련은 해야하니 동료들이 러프를 도왔다. 배트는 팀 최고참 이승엽이 한 자루 건넸다. 스파이크는 발 사이즈가 비슷해야 했다. 러프는 310mm의 어마어마한 왕발. 그런데 공교롭게 이번에 함께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와 재크 패트릭 역시 310mm의 발 크기를 자랑했다. 스파이크는 패트릭이 선뜻 한 족을 빌려줬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러프의 삼성 생활이 시작됐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며 "시차 적응 때문에 힘들지만, 동료들이 주는 에너지로 회복하고 있다"고 말한 걸까. 일단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 러프의 짐을 한국으로 보냈다. 도착하려면 며칠이 더 걸린다. 그 때까지는 빈 손 생활을 조금 더 이어가야 한다.


오키나와=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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