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리의 밥상인터뷰] "저 곧 아빠 돼요!" 당신이 몰랐던 SK 이재원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7-01-15 21:20


이재원.  인천=송정헌기자 songs@sportschosun.com


"저 곧 아빠 돼요! 아내 닮은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무장해제'가 된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얼굴들과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야구장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깊은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밥상인터뷰] 다섯번째 손님은 SK 와이번스의 주전 포수 이재원(29)이다. 2006년 신인 1차 지명 때 높은 기대를 받고 입단했으나,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기어이 빛을 봤다. 이재원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인천 문학구장 근처 중국 음식점에서 이재원을 만났다.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1년 넘게 기다렸던 아이가 생겨 표정은 생글생글. 그는 "집안일을 너무 많이 해서 허리가 아파요"라며 웃었다.

순박한 미소와 성실한 노력, 온화한 성품. SK 구단 관계자는 "재원이가 '안된다'고 하면 정말 안되는 것이다. 그만큼 모두들 믿고, 좋아하는 선수다. 앞으로도 SK의 '모범적인 베테랑'으로 기둥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예비 아빠' 이재원의 행복한 비시즌

-요즘 어떻게 지내나.


아내가 임신했다. 초기가 갓 지났는데, 청소 등 집안일로 고생하고 있다.(웃음) 그래도 아내와 함께 아기를 1년 넘게 기다렸는데 행복하다. 아내를 닮은 딸이었으면 좋겠다. 첫째는 보통 아빠를 닮는다고 하던데 걱정이다.

-1월에 해외로 개인 훈련을 가면, 아내와 떨어지게 된다.

그게 가장 큰 걱정이다. 지금은 허리 아프도록 설거지도 열심히 하면서 도와주고 있는데, 조심해야 할 시기에 떨어지는 거라 마음이 쓰인다. 그래도 캠프를 늦게 출발하는 것이 처음이라 미리 몸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고민이 많았다.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쓸 것 같다.

나는 그냥 많이 먹는다.(웃음) 그래서 요즘엔 조금씩 자주 먹는 패턴으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원래 한 번에 많이 먹었었는데, 포수로 뛰려면 몸을 관리해야 할 것 같다. 공교롭게 식당을 운영하시는 친척들이 많다. 고깃집, 횟집, 설렁탕집 등등. 특별히 챙겨 먹지는 않는다. 가리지도 않고. 여태까지 아내가 해준 음식 중에 "맛없어"고 한 음식이 없다.

-콜라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들었다.

술은 자주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운다. 다만 운동 끝나고 들어와서 콜라를 마시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캠프에 가면 방 냉장고를 빼곡히 채워놓는다. 이번 시즌 끝나고는 몸 관리를 위해 거의 안 마셨다.

-보양식은 챙겨 먹나.

너무 안 챙겨 먹어서 부모님이 걱정하실 정도다. 몸에 좋다고 찾아 먹지는 않는다.

◇"만약 (류)현진이가 SK에 왔다면?"

-홍보팀이 꼽은 '가장 고마운 선수'로 선정됐다.(웃음)

어릴 때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선수들)가 잘해야 프런트도 좋고,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책임감이 생겼다. 우리는 다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면 모두 행복했을텐데 아쉽다.

-프로 입단 때부터 주위의 높은 기대치가 스트레스는 아니었나.

기대치는 정말 엄청나서 힘들었다. 조금 지나니 인정을 하게 되더라. 실력이 모자랐다. 군대가 '터닝 포인트'가 됐다. 당시 코칭스태프의 반대 아닌 반대를 무릅쓰고 군대에 갔다. 빨리 다녀오고 싶었다. 당시 지명타자나 대타로 출전했는데, 포수를 하고 싶은데 팔도 안 좋으니까 '이러다 안 되겠다' 싶었다.

-고교 때도 '거물 신인'으로 평가받았다. 막상 프로에 오니 무엇이 달랐나.

몸 자체가 크다고 해서 프로는 아니다. 지금 고교 갓 졸업한 후배들은 키가 1m90이 넘어도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또 기본기 차이가 크게 났다. 기본기 잘 닦은 선수들은 적응도 빨리한다. 나는 기본기가 부족했다. 어릴 때부터 잘 배웠으면 더 빨리 잘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늘 후배들을 만나면 기본기를 강조한다.

-아버지가 인천 야구의 '열혈팬'이시라고 들었는데, SK 입단 후 특히 좋아하셨을 것 같다.

굉장히 좋아하셨다. 물론 지명받은 것이 다는 아니었지만.

-류현진이 SK의 1차 지명을 받았다면 어디로 갔을까?

글쎄. LG 트윈스 아니면 한화 이글스에 가지 않았을까. 당시 2라운드에서 나를 지명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재원이 말하는 '포수 예찬론'

-지난 시즌이 끝나고, 마무리캠프 때 강화도 2군 숙소 입소를 자청했다던데.

무릎이 안 좋아서 강화도에 왔다 갔다 하는 게 힘들더라. 그래서 들어가겠다고 부탁했다. 2주 정도 머물면서 재활을 잘했다. 마무리를 잘한 것 같다.

-무릎은 포수들의 고질병인데.

가지고 가야 할 부상이다. 체격이 있으니 무릎에 더 무리가 간다. 그래서 체중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 공식 프로필에는 98kg으로 적혀 있는데, 사실 중2 때 몸무게인 것 같다(웃음).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2년 정도 남았다. 2018시즌이 끝나면 얻을 수 있다.

-늘 부상에 대한 염려가 있는 것 같다.

트라우마가 심하다. 2014시즌에 풀타임을 뛰기 전에는 늘 수술하거나 부러지는 부상을 달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1군에 올라갈 타이밍에 자꾸 고꾸라졌다. 지금도 부상을 같히 신경 쓰고 있다. 노하우가 생겼다. 예전에는 매사에 100을 쏟았다면, 지금은 후퇴할 줄도 안다.

-포지션 변경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을 텐데 포수를 고집하는 이유는.

많이들 아시지만, 어릴 때부터 포수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강하다. 애착이 없었으면 20대 초반에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꿨을 것이다. 주위의 권유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왜냐? 포수를 좋아하니까. 구단에서도 내가 포수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기대가 있었다.

-포수의 매력이 무엇인가.

물론 경기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어렵다. 반대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희열을 느낀다.

-전력 분석 미팅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데이터 요구도 많은 선수라던데.

포수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 그래도 아직 배울 것이 많다. 앞으로 2~3년 더 경기를 뛰다 보면 실력이 늘지 않을까. 포수는 경험이 중요한데, 그래서 20대 초반이 아쉽다.

-타격은 어떤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

작년에는 수비 훈련에 치중하느라 타격 훈련을 많이 하지 않았다. 수비에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반성도 많이 했다. 새해에는 밸런스를 맞추려고 한다. 솔직히 포수에 중심 타선까지 맡으려니 힘든 부분이 있더라.

◇야구선수 이재원을 만든 '야구광' 아버지

-왜 포수를 시작했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포수였다. 덩치가 크면 무조건 포수를 시키는 분위기였다.(웃음)

-부모님의 뒷바라지가 대단했다던데.

나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단 한 번도 버스를 타본 적이 없다. 늘 아버지가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셨다. 감시는 아니었다.(웃음) 자랑은 아니지만 버스비가 얼마인지 모른다.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외동아들이라 더욱.

-하나뿐인 아들이 야구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버지가 야구를 너무 좋아하셔서 매일 야구장에 가셨다. 나도 따라 다녔다. 인천 도원야구장이 홈그라운드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야구를 접했고, 시켜달라고 3년을 졸랐다. 어머니 반대가 심했지만, 내가 이겼다. 부모님, 조부모님 모두 인천 토박이다.

-야구를 괜히 했다고 후회한 적 있나.

시작하고 3개월 만에.(웃음) 그 뒤로는 없었다. 내 생갭다 너무 힘들어서 관둔다고 말씀드렸는데, 아버지가 아령을 사주셔서 기분이 풀렸다. 다시 열심히 했다.

-야구선수가 된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다.

지금은 피곤하다. 거의 감독님이다.(웃음) 어릴 때부터 집에서 야구로 스트레스를 준다거나 말씀을 많이 하시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워낙 야구를 많이 보신 분이라 감독님이나 다름없다.

◇언젠가 이루고 싶은 소원

-데뷔 후 처음으로 골든글러브 후보에 올랐다.(이재원은 포수 부문 후보에 올라 2위를 기록해 수상은 불발됐다)

처음 후보에 오른 것으로도 만족한다. 2016시즌 개막하기 전에, "올해 목표는 골든글러브 후보에 한 번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했다. 물론 개인 성적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그게 나에 대한 기대치가 아니니까.

-후보가 됐다는 것은 포수로서 존재감이 뚜렷했다는 뜻인데.

2015시즌이 끝나고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 (정)상호형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걱정보다는 무난히 시즌을 보낸 것 같다.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있었지만, 팀이 포스트시즌에 못 간 것이 정말 아쉽다. 팀만 잘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토록 바랐던 골든글러브 후보인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내, 부모님, 장인어른, 장모님과 함께 오래전부터 하와이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미리 이야기해주셨으면 안 갔을 텐데.(웃음) 취소하려고 하니까 위약금이 650만원이더라. 그 돈을 내고라도 시상식에 갈까 고민했는데 못 가게 됐다. 참석 자체에 의미가 있는데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골든글러브에 대한 욕심도 있지 않을까.

양의지(두산)에게 부러운 것이 있다. 팀 우승, 국가대표 우승, 골든글러브까지 모두 다 이뤘지 않나. 개인적으로 포수가 3가지를 이루면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럽다. 나도 언젠가 꼭 이루고 싶다. 은퇴하기 전에는 골든글러브를 타보고 싶다. 아니, 최대한 빨리.

-새해 임무가 막중할 수 있다. 트레이 힐만 새 감독도 왔고, 코칭스태프 변화가 크다. 또 '에이스' 김광현이 빠진 상태에서 외국인 투수들과의 호흡이 중요해졌다.

지난해에는 투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윤)길현이형, (정)우람이형 빠져서 안 좋을 줄 알았는데, 팀 평균자책점 3위면 잘했다고 생각한다. 새해에도 결과로 보여주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팀 마운드 최저 평균자책점 1위와 포스트시즌 진출을 하고 싶다.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는데 두뇌 용량이 초과될까봐 고민이 많다(웃음).


인천=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핵꿀잼' 펀펌+'핵미녀' 디바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