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삼성은 일본경험 외국인 선수로 눈길 돌렸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1-09 22:19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이승엽이 한일 통산 600홈런을 달성했다. 이승엽이 2회 한화 이재우를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힘차게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이승엽.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9.14

지난해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으로 곤욕을 치렀던 삼성 라이온즈. KBO리그 10개팀 중 9위, 팀 출범 후 최악의 성적을 낸 것도 외국인 선수 부진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내야수 아롬 발디리스와 투수 콜린 벨레스터, 앨런 웹스터로 개막을 맞은 삼성은 시즌 중간에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했다. 그런데 새로 합류한 아놀드 레온과 요한 플란데까지 투수 4명이 거둔 승수가 총 6승이다. 발디리스는 잔부상에 시달리며 50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2할6푼6리-8홈런-33타점로 시즌을 마쳤다. 이번 겨울 FA(자유계약선수) 4번 타자 최형우, 좌완 선발 차우찬을 놓쳐 전력이 약화된 삼성이 올해 재도약에 성공하려면 외국인 전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밑그림은 대략 나왔다. 지난해 11월 우완 투수 앤서니 레나도를 영입한데 이어, 우완 투수 재크 페트릭(28)과 내야수 마우로 고메즈(33)와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한다. 조만간 계약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패트릭과 고메즈, 두 선수가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의 패트릭은 15경기에 등판해 47⅓이닝을 던져 3승2패-평균자책점 5.51, 고메즈는 한신 타이거즈 소속으로 타율 2할5푼5리(498타수 127안타)-22홈런-79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록만 보면 최고 수준으로 보긴 어렵다. 물론, 둘 모두 원소속팀과 재계약에 실패해 삼성쪽으로 기회가 왔다.

왜 삼성은 일본쪽으로 눈을 돌렸을까. 지난해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발디리스도 한신과 오릭스 버팔로스, 요코하마 DeNA에서 7년을 뛰다가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 야구 경험을 주목했다. 최근 KBO리그 팀들이 영입한 선수 대다수가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 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선수들이다. 지난 몇 년간 KBO리그 수준이 높아져 마이너리그 선수가 성공하기 어렵다. 그런데 국내 팀들이 원하는 수준의 선수 풀이 넓지 않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트리플 A와 메이저리그를 오르내리는 선수 대부분이 메이저리그 진입을 노리기 때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한일 양국 구단들이 체크하면서 리스트업 하는 선수가 겹칠 때가 많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팀과 일본 구단이 제시하는 계약 조건이 비슷해 졌다"고 했다. 제한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가 되다보니, 아무래도 아시아 야구를 경험을 한 선수쪽으로 눈이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2016 프로야구 LG와 삼성의 시범경기가 열렸다. 4회말 삼진아웃을 당한 삼성 발디리스가 아쉬워하고 있다.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3.22.
김태룡 두산 베어스 단장은 "비슷한 기량이라면 일본야구 경험이 있는 선수가 KBO리그에 적응하는 데 유리하다"고 했다. 지난해 두산의 통합 우승에 기여한 선발 투수 마이클 보우덴과 타자 닉 에반스는 일본야구를 거쳤다. 보우덴은 세이부 라이온즈, 에반스는 라쿠텐 이글스에서 뛰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고메즈가 지난해 22홈런을 기록했는데, KBO리그에 온다면 더 많은 홈런이 가능할 것이다"고 했다. 2012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고메즈는 3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5리(102타수 28안타)-2홈런-17타점을 기록했다. 이게 메이저리그 경력의 전부다. 고메즈는 한신 이적 첫해인 2014년 2할8푼3리-26홈런-109타점을 마크하고, 센트럴리그 타점 1위를 차지했다. 2015년에는 2할7푼1리-17홈런-72타점로 내려앉았다. 첫해에 찬스에서 강한 클러치 히터의 면모를 보여줬는데, 지난 시즌에는 득점권 타율이 2할5할6리에 그쳤다. 리그 최다인 130삼진을 당했지만, 삼성은 그가 홈런 갈증을 풀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리그의 수준차를 감안한 기대다.


일본 야구를 거쳤다고 해서 KBO리그 적응에 도움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제도 도입 초기라면 모를까, 요즘엔 별 차이가 없다. 메이저리그를 포기했거나, 가능성이 희박해진 선수들이 아시아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선수가 갖고 있는 능력이 문제지 리그 경험 유무는 별 상관이 없다"고 했다.

새 외국인 선수를 살펴보면서 구단이 가장 중요시하는 게 스펙과 함께 적응 가능성이다. 워낙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로또'이다보니, 불안 요소를 줄이고 싶어한다. 일본 야구를 경험한 선수 영입에 실패 위험을 줄여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겠지만, 외국인 선수 발굴에 소극적인 자세로 읽힐 수가 있다. 2014년부터 3년간 한신의 중심타자로 활약한 고메즈는 조금 다른 케이스가 될 수도 하지만, 재계약에 실패한 선수는 아무래도 몸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의 선택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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