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KBO리그는 2017년 한국 야구의 빅스타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을 떠나보낼 예정이다. 올해로 프로 23년째를 맞은 이승엽은 이미 2017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 유니폼을 벗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이승엽이 아닌 우리는 작별을 위한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그가 한국 야구에 남긴 위대한 업적과 유산에 대한 평가와 세리머니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승엽은 KBO리그가 배출한 불세출의 스타라고 못박아도 과언이 아니다. 1995년 투수로 고향(대구) 연고팀 삼성에 프로 입단했던 그는 타자 전향 이후 KBO리그 홈런 역사를 새로 썼다. 1999년(54홈런) 최초로 한 시즌 50홈런 고지를 넘었다. 그리고 2003년엔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으로 아시아 홈런왕(2013년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60홈런으로 기록 경신)에 올랐다.
부상과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일본의 '현미경 야구'로 고전한 이승엽은 2012년 삼성으로 컴백해 은퇴 위기를 극복했다. 그는 2012년 한국시리즈 MVP에 뽑히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2013시즌 13홈런으로 주춤했지만 간결한 스윙으로 타격폼을 바꾼 후 2014시즌 다시 32홈런으로 부활했다. 이후에도 26홈런(2015시즌)과 27홈런(2016시즌)으로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홈런 행진을 이어갔다.
이승엽이 그동안 걸어온 길은 하나의 역사다. 지난해까지 한-일 통산 602홈런을 기록했다. KBO리그에서만 443홈런으로 역대 최다다. 그리고 가장 많은 5번 정규시즌 MVP에 뽑혔고, 글든글러브도 10번 최다 수상했다.
이승엽의 진가는 국가대항전에서도 빛났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을 시작으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까지 이승엽이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주요 대회에서 한국 야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승엽이 대표팀에서 날린 결정적인 홈런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로인해 한국이 승리했고, 또 병역특례를 받았던 후배 선수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이승엽은 스포츠조선이 실시했던 KBO리그를 이끄는 파워 피플 설문조사(2016년 3월)에서 구본능 KBO 총재에 이어 2위에 선정됐다. 이승엽의 영향력이 이렇게 큰 것은 야구만 잘 해서가 아니다. 그는 지난 22년 동안 '바른 생활 사나이'로 살아왔다. 일탈행위와 거리가 멀었다. 이렇다할 잡음이 없었고 늘 먼저 고개를 숙이며 살았다.
|
|
지터는 빅리그 20년 동안 통산 타율 3할1푼, 260홈런, 1311타점, 3465안타를 남겼다. 통산 14번 올스타에 뽑혔고, 5개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받았다.
필자는 지터의 풍성한 기록 뿐 아니라 그를 떠나보내는 MLB팬들과 구단들의 준비 자세에 주목한다. 보스턴 구단과 야구팬들은 마지막 경기에서 지터에게 존경심의 끝을 보여주었다. 펜웨이파크를 찾은 만원 관중은 지터의 일거수 일투족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보스턴 구단의 레전드들과 현역 선수들이 총출동해서 경기전 지터의 마지막 경기를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보스턴 선수들은 펜웨이파크의 상징 '그린 몬스터'의 일부분에 사인과 함께 글자 'RE2PECT(존경을 뜻하는 RESPECT+지터 등번호 2번 합성 )'를 새긴 뜻깊은 선물을 전달했다. 또 지터가 만든 '턴2(Turn2)' 자선 재단에 기부하는 약정 행사도 가졌다.
이런 감동적인 고별 세리머니를 보스턴 구단만 한 건 아니다. 2014시즌 내내 지터가 마지막으로 상대하는 원정 구단에선 보스턴 같은 평생 잊지 못할 스토리를 만들어주었다.
지터 처럼 이승엽을 똑같이 대우해서 보내는 건 쉽지 않다.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긴 MLB와 KBO리그를 똑같이 볼 수는 없다.
아직 이승엽의 마지막 경기가 언제이고 또 상대가 어떤 팀일지 알 수 없다. KBO사무국이 2017시즌 일정을 발표했지만 우천 순연 경기가 필연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분명한 건 2017시즌을 끝으로 더이상 이승엽이 선수로 타석에 들어서는 걸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승엽과의 작별을 준비해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